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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외국기업, 정부 맹목적 지지로 화 자초
한국기업은 현지인과 소통에 힘써달라”

등록 2007-07-06 21:02수정 2007-07-06 22:16

나이지리아 반군지도자 도쿠보 아사리
나이지리아 반군지도자 도쿠보 아사리
‘내전·피랍 공포’ 석유부국을 가다
나이지리아 반군지도자 도쿠보 아사리 인터뷰

“델타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들도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지도자들이나 시민단체와 소통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겨레>는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 대우건설 직원 등 외국인 납치가 끊이지 않는 세계 7위의 산유국 나이지리아의 남동부 니제르 델타 지역을 찾아 외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반군 지도자 알하지 무자히드 도쿠보 아사리(43·사진) 니제르델타인민지원군(NDPVF) 최고사령관을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아사리는 지난달 27일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크게 늘어난 외국인 납치와 유전 습격을 비판하면서도, 중앙정부만 상대하는 외국 기업들을 비판했다. 그는 “현금 갈취를 일삼는 가짜 반군들의 외국인 납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하지만 지역 부족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간 정권을 지지해온 외국 기업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질 몸값 노린 가짜반군 폭증”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 지역의 유정공장 주변에서 주민들이 오토바이를 씻고 있다. 이 지역 유정공장들은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정제 뒤 남은 천연가스를 24시간 태워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포트하커트/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 지역의 유정공장 주변에서 주민들이 오토바이를 씻고 있다. 이 지역 유정공장들은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정제 뒤 남은 천연가스를 24시간 태워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포트하커트/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아사리는 지난 2005년 말 구속됐다가 지난달 14일 석방됐다. 그의 구속 이후 나이지리아 반군들의 납치와 유전 공격이 급증했다. 나이지리아의 정세 불안은 외국 석유회사들의 사업 축소와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델타 지역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취임한 신임 우마루 야라두아 대통령은 그를 석방하는 유화책을 내놓았다.

“초기 외국인 납치는 나의 석방 같은 정치적 목적을 띠었다. 그러나 셸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인질 몸값으로 거액을 내놓자 납치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돈을 벌기 위한 반군 조직이 폭증했다. 이들은 가짜 반군이다.”

아사리는 니제르델타인민지원군이 델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을 투쟁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른 반군 세력과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주요 반군 조직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로서 외국인 납치를 강력하게 응징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여러 조직들은 납치를 통해 번 돈으로 막대한 화력을 보유하게 됐다. 그들의 돈으로 산 무기를 무조건 버리라고 할 수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건설 직원들이 납치됐을 때 최단기간인 하루 만에 석방될 수 있도록 다른 반군 조직을 설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석유보다 소중한 것은 자결권”

“나이지리아의 국경은 식민주의 세력이 마음대로 그어놓은 선에 불과하다. 그전까지 이 나라의 250개 부족은 독립된 삶을 살았다. 우리한테 석유보다 중요한 것은 자결권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한) 에리트레아나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부결된) 퀘벡처럼,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달라. 진정한 평화는 그 뒤에 올 것이다.”

그는 영국 식민통치에 뿌리를 둔 나이지리아의 비극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니제르 델타를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만든 것은 외국 석유기업이 아닌 나이지리아 정부”라면서도 “부패한 정권을 지지해온 외국계 석유회사들도 화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는 니제르 델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반군 지도자다. 기독교도가 90% 이상인 이 지역에서 이슬람교도인 그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것에서 그의 강한 카리스마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반군 협상 쉽지 않을 것”

아버지가 판사인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법학대학을 다니며 공직 진출을 꿈꿨다. 그러나 부족 갈등과 빈곤의 심화, 주민들의 좌절감, 정부의 무능 등이 그를 반군으로 내몰았다. 1998년 청년조직을 결성하면서 무장투쟁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2004년 밀림에서 이 지역 최대 반군 단체인 니제르델타지역해방운동(MEND)을 주도하는 무장단체 니제르델타인민지원군을 결성했다. 아직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니제르델타지역해방운동의 지도부는 아사리의 측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또한 “두 단체의 구성원들은 상당 부분 겹친다”고 인정했다. 그는 오사마 빈라덴과도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투쟁을 빈라덴의 반미 성전에 견주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아사리는 자신이 구속돼 있는 동안 외국인 납치를 주목적으로 하는 반군 단체들이 등장하는 등 “갈등의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부와 반군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트하커트(나이지리아)/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한국 기업 68곳 진출…피랍 악몽에 안전 발동동

나이지리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7월 들어 외국인 피랍 사태가 다시 잇따라 발생하자 ‘5월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북서아프리카과의 강수연 서기관은 “이달에만 벌써 2건의 외국인 피랍 사건이 터졌고 현재도 20여명의 인질이 아직 풀려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피랍사건이 잦은 포트하커트 지역에 있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일찍 퇴근하고 밤거리 보행을 삼가도록 주문하고 있다.

코트라 ‘나이지리아 현지 시장분석’ 자료를 보면, 나이지리아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은 68곳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접 진출한 지·상사는 15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인 동포들이 운영하는 작은 기업들이다. 큰 기업들은 대부분 플랜트 및 발전소 건설과 관련 업체들이다.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포스코건설, 한국전력, 석유공사 등이 있다. 나머지 민간기업도 대부분 대우건설과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들이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에서만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 사이 1년여 동안 3건의 직원 피랍사건이 발생하는 등 치안문제가 심각하다.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이 지속되는데도 철수를 고려하는 한국 기업은 거의 없다.

코트라 라고스무역관의 심자용 과장은 “대우건설 피랍사건이 벌어졌던 포트하커트 지역 말고, 우리 기업들이 많은 라고스나 아부자 지역은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아 직원들도 평온하게 지내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업체의 사업들이 석유개발, 발전소·철도 건설 등 오랜 기간이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인데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 정도의 상황에서 철수를 하는 기업은 없으며 앞으로도 철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니제르 델타지역은

석유는 쏟아져 나오는데 ‘극빈’
무장충돌 빈발 평화는 멀기만

니제르 델타지역 최근 납치 전투 일지
니제르 델타지역 최근 납치 전투 일지

4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에선 또다시 외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무장세력이 한 석유생산 시설을 공격해 뉴질랜드·베네수엘라인 등 외국인 5명을 인질로 붙잡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현지 관리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니제르델타지역해방운동(MEND)이 3일 휴전 종료를 선언한 직후 발생했다. 그러나 이 단체 대변인은 자신들과 이번 사건은 무관하다고 했다. 이 단체는 신임 야라두아 대통령 정부가 니제르 델타 분쟁에 대한 평화적이고 실질적인 조처를 강구할 수 있도록 한 달 동안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와의 대화에 진전이 없자 휴전 종료를 결정했다.

델타 지역 무장운동은 1995년 오고니족 평화주의자 켄 사로위와가 처형되면서 본격화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환경 복원과 보상을 요구했던 작가 겸 운동가 사로위와 등 오고니족 운동가 9명의 사형 집행을 ‘국가에 의한 테러’로 규정한 바 있다. 2004년 아사리가 니제르델타인민지원군(NDPVF)을 결성한 뒤 상황은 더욱 격화했다. 올해만 100명 이상, 2005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200명 이상이 납치됐다.

미국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이 지역은 아프리카 빈국 나이지리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반군에 뛰어드는 사람의 대다수는 고등교육을 받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다. 상당수가 대학교 학생회 등을 통해 반군에 가담한다. 지역 사회운동가인 패트릭 음가운보토는 “유전 지역 마을 가운데 전기와 깨끗한 마실 물을 모두 갖춘 곳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 반군들은 외국 석유회사들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빼낸 기름을 팔아 활동자금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이 지역 원유는 황 함유량이 낮아 서아프리카 지역 암시장에서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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