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초긴장 (성남=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20일 밤 무장납치세력이 한국군이 21일 오후까지 철수하지 않으면 피랍자들을 살해하겠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자 샘물교회 관계자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뉴스를 보고 있다.
납치 무장단체 대변인 경고 “현재는 안전”
철군 통보시한 한국시각 21일 오후 4시30분
19일 오후(한국시각 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의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한국인 20여명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반군세력에게 납치됐다. 탈레반은 21일 정오(한국시각 오후 4시30분)까지 한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한국인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의 강후원 영사는 “가즈니주 당국자로부터 납치범들이 수감된 동료들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20일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분당 샘물교회 신자 19명과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2명 등 모두 21명이 무장세력한테 납치됐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카불에서 남부 칸다하르로 가던 중이었다.
납치된 이들은 배형규(42) 목사의 인솔 아래 지난 13일 출국한 샘물교회 신자 등 19명과 이들을 안내한 의료선교단체 에이엔에프(ANF) 소속 2명이다. 아프간에 입국한 샘물교회 신자들은 20명(남성 7명, 여성 13명)이나 이 가운데 한 사람은 몸이 아파 카불에 남았다가 귀국길에 올랐다. 현지에서 에이엔에프 소속 3명이 안내인으로 합류했으나, 1명은 납치를 모면한 것으로 현지 공관은 파악했다.
이들을 납치했다고 밝힌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위성 통화에서 “그들(한국 정부)한테 내일(21일) 정오까지 한국군을 철수시킬 시간을 주겠다. 철수하지 않으면 한국인 18명을 살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데페아>(dpa) 통신에도 전화를 걸어 “최후 통첩 시한을 내일 정오로 정했다”며 “만일 그 때까지 당국(독일, 아프간, 한국)이 우리와 접촉해 요구사항에 대해 논의하지 않으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우리와 접촉한 이후에는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그는 통신사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성 15명 등 한국인 18명을 납치했다고 주장해 남녀 성비와 인원수에서 차이를 보였다.
아프간에는 한국군 동의·다산부대 211명이 주둔 중이다. 일단 21일이 피랍 한국인들의 안전과 관련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외국인을 납치할 때 해당국 군대의 철군을 석방 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아마디는 앞서 탈레반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우리의 무자헤딘이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으며, 그들의 운명에 관련해 우리는 탈레반 평의회의 결정에 기초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김호영 외교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대사급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카불/외신종합, 강태호 홍용덕 기자 kankan1@hani.co.kr
한국인 20명 피랍지점 (19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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