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인질석방 교섭.. 몸값 지불 추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독일군 철수 불가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테러 단체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프간에서 무장 단체인 탈레반에 의해 지난 18일 독일인 기술자 2명이 납치된 후 탈레반의 철군 요구에 대해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인질살해 최후 통첩 시한이 지나고 인질 중 1명이 사망한 것이 확인된 이후에도 더욱 강경한 어조로 협상 불가 의지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오히려 독일군을 아프간에 증파할 가능성을 밝힘으로써 탈레반의 협박에 전혀 위협받지 않고 있음을 과시했다.
독일 정부가 아프간 철군 위협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와 연계된 한 무장단체는 지난 3월 독일 정부에 대해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이라크에서 납치한 독일인 2명을 살해하고 독일에서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아프간 재건을 위한 우리의 지원 약속은 확고하다. 독일 정부는 테러 단체의 협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 여성 한넬로어 크라우어(62)는 피랍 5개월 만인 지난 10일 풀려났다. 그러나 크라우제와 함께 납치된 그녀의 아들 시난(20)은 풀려나지 못했으며 아직 무장단체에 인질로 잡혀 있다.
독일 정부는 테러 단체에 의한 독일인 납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테러 단체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설치하고 막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크라우어 이외에도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인질은 대부분 석방됐다.
작년 1월 독일인 기술자 2명이 이라크에서 납치됐다가 99일만에 무사히 풀려난 바 있으며 2005년에는 독일인 고고학자 주잔네 오스토프가 이라크에서 납치된지 3주만에 석방됐다.
독일 정부는 석방 교섭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세력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끈질긴 교섭을 통해 석방에 성공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건넨 사례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 공영 ARD 방송은 지난해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기술자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독일 정부가 1천만달러 이상의 몸값을 지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오스토프가 석방된 당시에도 몸값 지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독일 언론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오스토프의 석방을 위해 독일 정부가 납치범들에게 500만달러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독일 외무부는 언론이 몸값 지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이 같은 추측 보도는 모방 범죄를 유발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인질 사태가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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