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공식제의 받은 적 없어”
나토·아프간 정부 “맞교환 협상 반대”
나토·아프간 정부 “맞교환 협상 반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쪽이 인질과 맞교환을 요구하는 수감자 명단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은 사태 해결의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와 협상이 실패 쪽으로 가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협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보도했다. 그는 “이제 공은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코트로 넘어갔다”며 “오늘 오후까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탈레반쪽은 석방 요구 대상에 2주일 전 체포된 가즈니주 최고위급 사령관 1명을 포함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이에 대응해 압둘 하디 칼리드 아프간 내무부 차관은 이날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회견에서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가안보나 이익을 위배하는 협상을 할 뜻이 없다”고 말해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아프간 주둔 국제안보지원군(ISAF)을 이끌고 있는 댄 맥닐 나토 사령관은 이날 독일 <아아르데>(ARD)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 협상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납치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반군들은 잔인하고 야만적이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한국과 직접협상 요구는 수감자 맞교환에 부정적인 아프간 정부를 한국 정부를 통해 더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 당국은 이례적으로 카불에 파견된 문하영 전 우즈베키스탄 주재 대사를 아프간 정부의 대책회의에 직접 참가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납치 단체 쪽으로부터 직접 협상 제의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으나, 문 전대사의 대책회의 참석은 한국 정부와 직접 대면을 요구하는 반군 쪽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알자지라>는 22일의 접촉과 관련해 “탈레반과 가주니주 지역 부족장 등 원로들을 중재자로 내세워 아프간 정부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카르바그에서 23일 새벽 1시(한국시각 새벽 5시30분)까지 협상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협상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3일 내내 무장단체 쪽과의 접촉이 계속됐으며, 전날 연장한 협상시한을 넘겨 24일 새벽까지도 계속될 것임을 비쳤다. 강태호 기자, 외신종합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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