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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폐허에 우뚝 선 미대사관에 이라크인들 절망감

등록 2007-07-25 07:35

전쟁의 포연이 사라지지 않는 이라크의 바그다드 시내에 세워지고 있는 미국 대사관 복합 시설물이 효용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음은 물론 상처를 안고 사는 이라크인들에게는 절망감까지 안겨주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약 3년전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라크가 안정을 되찾아 미국의 군사적 노력이 줄어들고 더불어 본격적인 안정화 작업을 전개할 광범위한 민간 전문가들이 활동할 근거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바그다드 시내 그린존(미군 특별 경계구역)내 티그리스 강 인근에 무려 5억9천200만 달러가 투입되는 대사관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2005년 12월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 보고된 내용을 보면 이 지역은 당초 예정보다 3개월가량 지연된 오는 9월이 되면 쾌적한 시설을 갖춘 작은 타운으로 거듭난다.

이 곳은 6개의 아파트 건물과 함께 수영장, 실내체육관, 패스트푸드점, 이발소, 미장원, 구내식당이 갖춰지는 것은 물론 자가발전기와 정화시설이 구비되는 등 고위 외교관, 거의 모든 미 정부 관리, 이들의 경비 인력 1천여명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거주지역이 된다.

하지만 지난달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군들은 요새화된 그린존 지역에 지난 2월 이후 85발의 미사일 및 박격포를 쏘아올렸고 그 결과 최소한 16명이 사망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5명이 숨지는 등 결코 `안전 지대'가 아니다.

결국 신축되는 대사관 복합 건물은 소말리아에서 상당한 예산을 들여 건설됐던 미 대사관이 1991년 독재자 모하메드 시아드 바르 정권이 무너진 이후 약탈자들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던 사례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난 5월에는 시설물에 대한 상세한 건축 설계도가 인터넷에 잠깐 게시된뒤 여러 웹사이트들이 이를 옮겨 게재하는 등 보안 사항 누설에 따른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익명의 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철저하게 요새화된 그린존에 있다고 하지만 로켓포나 박격포탄 앞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시대착오적 건축물'이라고 폄하했다.


더구나 바티칸시티와 엇비슷한 면적을 자랑하는 이 시설물에 대해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미국내에서 철군 요구가 비등하고 있기는 하나 미국이 이라크를 장기적으로 통치하려는 야욕을 상징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시설 경비원인 라이드 카드힘 카림씨는 "거대한 신축물을 바라보면 자원이나 물, 전기, 안보 등 이라크내의 모든 것이 미국인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이라크인들은 잠시 머물고 있는 손님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자문하는 워싱턴 `외교협회(CFR)'의 스티븐 비들 선임연구원은 "솔직히 이도 저도 아닌 얼치기가 아닌가 한다"며 "진정으로 이라크의 안정화를 기대한다면 이는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반면에 계속되는 전쟁 노력의 중추 신경센터가 되기에는 모자란다"고 평가했다.

역시 경비원인 하심 하마드 알리씨는 이 시설물을 `억압과 불공평의 상징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건물을 보고 있으면 미국은 오래도록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는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고 밝혔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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