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봉사단 일행이 지난 13일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에 앞서 찍은 기념사진. 맨 오른쪽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배형규 목사이고, 이들 중 7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은 석방됐다. 모자이크로 가린 이는 배웅을 나갔던 지인. 샘물교회 제공
탈레반 강·온파 혼선…피랍자 나누어 억류
왜 탈레반은 납치한 한국인 중 일부인 8명을 석방하면서도 1명을 살해했을까? 그들에게 아직 붙잡힌 14명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은 발생 일주일째인 25일 ‘석방과 살해’라는 극단적인 두 갈래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현지 상황이 혼란스러운 탓에 아직 정확한 경위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탈레반 강경파가 기존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불신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24~25일 이틀 동안 외신들은 서로 다른 탈레반 관계자의 말을 따서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가 제공을 전제로 한 일부 석방설’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이 없으면 살해하겠다’는 엇갈린 소식이었다. 혼돈의 극치였다. 정부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복잡한 정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25일 오후부터 수감자 석방이 아닌 ‘대가 제공’ 방안이 급부상하자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해온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급기야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일부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놨다. 아마디의 말은 “오늘(25일) 오후 2시(한국시각 오후 6시30분)까지 탈레반 수감자 8명이 석방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애초 아마디의 발언에 큰 무게를 두지 않던 정부도 크게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날 저녁 7시 <교도통신>이 아프가니스탄 정부 당국자의 말을 따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쪽에 거액의 몸값을 지급했으며, 수감 중인 탈레반 요원 8명의 석방을 약속받았다”고 긴급 타전했다.
풀려난 한국인 8명이 미군 쪽에 인도되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들이 나오자 밤 9시를 조금 넘어 <알자지라>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은 한국인 1명이 살해됐다는 보도를 전했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반전해서 최악의 위기 상황을 예고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은 사태 발생 초기부터 거론돼온, 통일적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지 못한 탈레반 내부 세력 간 극단적 의견 충돌과 분산 억류돼 있던 인질들의 엇갈린 운명이 상호작용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납치사건이 발생한 가즈니주 현지의 탈레반 세력이 협상에 지역 원로들을 앞세운 접촉·대화 과정에서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반면에, 탈레반 중앙 지휘부는 ‘탈레반 수감자와 맞교환’을 요구하며 강경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태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아마디는 강경파의 의견을 대변해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석방에 반발하는 세력이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알자지라>에 “아프간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인질 한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며 “앞으로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로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8명의 석방을 위해 수감자 석방이 아닌 ‘대가 제공’ 방식으로 접근한 아프간 정부 쪽의 협상전략이 죽음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 우리 정부가 이를 용인했는가의 문제도 있다. 아직 억류돼 있는 나머지 피랍자 14명의 무사 귀환에 주력해야 하는 정부의 앞길은 시계 제로의 짙은 안갯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샘물교회 국외 봉사자들의 무사 귀환을 빌기 위해 25일 저녁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이 기독교 신도들의 석방을 기도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풀려난 한국인 8명이 미군 쪽에 인도되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들이 나오자 밤 9시를 조금 넘어 <알자지라>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은 한국인 1명이 살해됐다는 보도를 전했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반전해서 최악의 위기 상황을 예고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은 사태 발생 초기부터 거론돼온, 통일적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지 못한 탈레반 내부 세력 간 극단적 의견 충돌과 분산 억류돼 있던 인질들의 엇갈린 운명이 상호작용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납치사건이 발생한 가즈니주 현지의 탈레반 세력이 협상에 지역 원로들을 앞세운 접촉·대화 과정에서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반면에, 탈레반 중앙 지휘부는 ‘탈레반 수감자와 맞교환’을 요구하며 강경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태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아마디는 강경파의 의견을 대변해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석방에 반발하는 세력이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알자지라>에 “아프간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인질 한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며 “앞으로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로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8명의 석방을 위해 수감자 석방이 아닌 ‘대가 제공’ 방식으로 접근한 아프간 정부 쪽의 협상전략이 죽음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 우리 정부가 이를 용인했는가의 문제도 있다. 아직 억류돼 있는 나머지 피랍자 14명의 무사 귀환에 주력해야 하는 정부의 앞길은 시계 제로의 짙은 안갯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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