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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정부, 인질피살 국면 어떻게 대응하나

등록 2007-07-26 10:08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25일 배형규씨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아프간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중 초유의 규모인 23명의 피랍자가 발생한 이번 사건 특성상 배씨의 피살은 사태의 종결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새로운 교섭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는게 정부 당국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정부는 일단 배씨 피살을 계기로 원점에서부터 이번 사태에 임하는 태세를 재점검하는 한편 나머지 22명의 조기 석방을 이끌어낼 대책을 모색해야 하게 됐다.

우선 정부는 탈레반 측이 피랍자 1명을 살해한 경위와 진의에 대한 파악부터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측이 교섭국면이 한창 진행되던 25일 배씨를 살해한 것이 단순히 압박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교섭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함이라면 그나마 대응책을 찾기가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탈레반 내부의 지휘체계 혼선과 맞물려 우리 정부의 예상범위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대응은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외신을 통해 줄곧 강경 입장을 천명해온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몸담고 있는 측과 아프간 정부를 통해 정부가 접촉해온 측이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속에 있지 않다면 정부로서는 교섭통로부터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냉정을 찾아가면서 후속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만큼 모종의 전략 변화를 시도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일단 청와대는 26일 오전 탈레반의 만행을 강하게 규탄하면서 아프간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중량급' 인사에 해당하는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을 현지 대책본부장으로 보낸 터에 다시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배씨 피살의 심각성을 감안한 것이자, 새로운 대응 기조를 강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그간 테러단체와 직접 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려 애써온 정부가 이번 특사파견을 계기로 탈레반측과 담판을 지으려 할지, 아니면 아프간 정부와 현지 원로 등의 뒤에서 교섭에 관여하는 현 기조를 유지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명이 피살된 현 상황에서 탈레반 측은 여전히 22명의 생명이라는 절대적인 협상 카드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과 아프간 정부 등의 협상력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명이 희생된 상태에서 탈레반 측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 등 조건에 호응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 졌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1명이 희생돼 피랍자 전원 무사석방이라는 정부의 1차 목표가 물건너간 상황에서 탈레반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당국자들은 배씨 피살을 계기로 사태가 본격적인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2003년 10월 이래 아프간에서 발생 외국인 납치사건 중 석방으로 이어진 8개 사례를 보면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113일까지 소요되는 등 평균 36.4일이 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1~3명의 인질을 두고 교섭했던 과거 사례들과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간 탈레반 측의 교섭 방식으로 미뤄 이제 발생 1주일이 지난 이번 사태가 장기화로 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객관적인 상황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명을 살해하는 과격한 선택을 한 탈레반 측은 계속 협상 시한과 함께 인질 추가 살해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 석방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 안에서 생길 여론의 압박과 정부 내부의 동요 가능성 등을 끈질기게 이용해가며 장기전을 펼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탈레반측의 의도에 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배형규씨 피살에 동요하지 않고, 정부의 해결 노력을 신뢰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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