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요구조건 한국정부 권한 밖”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남자 인질 1명이 살해된 뒤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한국 협상 대표단이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아프간 소식통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탈레반은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동료 수감자 석방만을 고집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는 이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죄수 석방은 한국 정부의 소관이 아니고 아프간 정부가 결정할 사항인데 아프간 정부는 죄수 석방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한국은 독자적인 결정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3일 압둘 하디 칼리드 차관은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중이긴 하지만 아프간의 법과 이익에 반하는 탈레반의 인질-수감자 교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박았고 아프간 정부는 이런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특히 연합뉴스 취재결과 탈레반이 납치 당시 이들이 한국인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어서 탈레반이 인질 납치 초기에 제시했던 한국군 철수 요구는 납치행위를 포장하려는 대의명분이었을 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그나마 한국 정부가 결정권의 `일부'를 쥐고 있는 한국군 철수 카드는 탈레반의 석방 결정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다른 현지 소식통 역시 "탈레반이 원하는 요구사항은 한국 정부의 권한 밖이라는 게 문제"라며 "자국민 1명이 살해된 뒤 한국 정부는 추가 피살자를 막기 위해 그저 탈레반과 협상을 필사적으로 연장해 시간을 버는 데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 위성채널 알 자지라는 25일 "아프간 정부가 죄수-인질 교환안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은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 때 탈레반이 제안한 교환안을 받아들였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프간 정부는 당시 이탈리아 기자 1명의 `몸값'으로 탈레반 수감자 5명을 석방했었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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