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납치 억류사태에 내심 속을 태우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내여론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시점에 자칫 이번 인질사태가 한미동맹에 틈을 벌이고 나아가 미국내 반전 여론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한미 양국 모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자칫 정치이슈로 비화되는 것을 부시 행정부는 극히 경계하는 눈치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25일 "조지 부시 행정부가 '테러세력과는 협상없다'는 확고한 대테러 원칙과, 우방인 한국의 각종 협조 요청 사이에서 적잖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미국은 행여 자신들이 한국을 적극 돕는 것처럼 비쳐질 경우 탈레반을 자극,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이를 계기로 미국내 반전 여론이 고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면 한국의 협조 요청에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대응할 경우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또한번 반미정서에 불을 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분위기도 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기습작전을 감행했다가 인질들에게 불행한 사태라도 벌어질 경우 한국내 여론이 악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 외교가 일각에선 "지난해 반기문씨가 유엔 사무총장 선거운동을 할 때 미국 정부가 드러내놓고 한국인 후보를 도울 수 없었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나서면 오히려 판을 그르칠 것이라는 우려인 셈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번 인질사태 발생 이후부터 "인질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탈레반은 인질들을 즉각 무사히 석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율배반적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일체 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 정부와 분명히 대화는 하고 있지만 공조란 단어는 쓰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한미간 굳건한 '공조체제' 구축이 오히려 사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가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상황 분석과 대책마련에 나서면서도 이를 비밀에 붙인채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부시 행정부가 이번 인질사태 발생 이후부터 "인질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탈레반은 인질들을 즉각 무사히 석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율배반적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일체 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 정부와 분명히 대화는 하고 있지만 공조란 단어는 쓰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한미간 굳건한 '공조체제' 구축이 오히려 사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가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상황 분석과 대책마련에 나서면서도 이를 비밀에 붙인채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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