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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한·미·아프간, ‘수감자 석방’ 딜레마

등록 2007-07-31 16:19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 `원칙상 불가'
외교 노력 통한 `유연한 적용' 가능성 주목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아프간 수용소내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 요구를 고수함에 따라 한국, 미국, 아프가니스탄이 한꺼번에 딜레마에 빠졌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세 나라에 공통된 고민은 인질 협상의 전제 조건인 탈레반측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탈레반과 직접 접촉중인 아프가니스탄 정부 입장에서는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무장투장을 해 온 탈레반에 이런 양보를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현 정부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뒤 들어서 아직 여러모로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원칙 없는 양보를 할 경우 자칫하면 국가 통제력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명분을 떠나 현실적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맞교환' 방식으로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 주는 전례를 만들면 향후 테러.무장조직에 의한 외국인 납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미국 역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는 근본 원칙을 고수해 왔으며 지금도 이런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탈레반측의 요구에 응할 경우 자국 병력의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 세계 전역에서 펼쳐 온 대테러 전쟁의 기반이 송두리째 허물어질 위험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설혹 자국민이 납치됐더라도 선택하기 힘들 `맞교환' 카드를 자국민이 아닌 상황에서 사용하기를 기대하기도 사실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돕겠다"면서도 이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탈레반측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경우 인질 협상을 위한 대화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이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이며 동맹국인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에도 이는 무시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인도적 봉사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납치된 비전투원 민간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두번째 희생자인 심성민씨의 피살 소식이 확인된 직후인 31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는 우리 정부의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천 대변인은 "지금 납치단체는 우리 국민들의 석방 조건으로 수감자 석방과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질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견지해온 원칙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소중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국제사회가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의 이런 성명은 우리 국민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면서 납치단체에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는 동시에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측에 이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탈레반측의 수감자 석방 요구 수용 여부는 아프간 정부의 권한이지만 미국 정부의 양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외교 소식통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세 나라가 외교적 접촉을 통해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강화하고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활동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정부 고위 관리들과 잇따라 접촉해 우리측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주말로 예정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 주기로 하고 이에 대해 미국의 `이해'를 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 나라가 이런 외교적 노력을 통해 사태의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지, 그리고 과연 세 나라가 함께 선택할 해결책이 `유연한 원칙 적용'에 기반한 것이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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