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연합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탈레반 1차 석방요구 수감자 8명의 명단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이를 둘러싸고 어느 정도의 시각차가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 명단에 대해 이날 연합뉴스와 간접 통화에서 "고위급 인사는 없으며 모두 아프간 정부가 석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평범한 탈레반의 협조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현지 사정에 정통한 아프간 소식통은 이틀 전인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인 압둘라 잔이 `1차로 석방을 요구하는 8명의 명단을 바꿨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압둘라 잔은 당시 이 소식통과 전화통화에서 "기존 8명은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 수용된 수감자가 일부 있었다"며 "새 명단은 모두 아프간 정부가 석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수감자이기 때문에 협상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방 요구자 중 `거물급' 인사가 포함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외부의 시각을 거듭 부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 명단을 간접 경로로 연합뉴스에 건넨 아프간의 현직 국회의원은 "이들은 모두 풀리처키 아프간 중앙교도소에 수감돼 있지만 8명 가운데 3명이 미군이 관리하는 수감자"라고 주장했다.
이 국회의원은 미군에 관리되는 3명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이번 정부 협상단의 일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간 탈레반과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석방 요구자의 성격부터 양측은 시각차를 드러냈던 것이다. 협상이 더 진척되지 못한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러나 설사 탈레반의 주장대로 이들 8명의 신병처리가 모두 아프간 정부의 소관이라고 하더라도 `탈레반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프간 정부의 강경 입장은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다. 미국 주도의 서방 경제원조와 정치적 지지 없이는 체제 유지가 힘든 현 아프간 정권은 "석방 요구자 중 우리도 어찌 할 수 없는 거물급이 있다"는 `핑계'를 계속 대면서 시간만을 버는 자세를 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프간 현지의 일부 정치 분석가들 사이에서 "아프간 정부는 결국 인질-수감자 교환없이 여성 인질만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내는 선에서 미국과 한국 정부에 면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테러 세력과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미국 정부와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하는 아프간 정부 사이에서 자국 국민이 하나씩 살해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나마 아프간 의회 일부에서 `인질을 계속 살해하도록 놔두는 것보다 수감자를 교환해 인질을 먼저 구하는게 더 인도주의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판이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그러나 설사 탈레반의 주장대로 이들 8명의 신병처리가 모두 아프간 정부의 소관이라고 하더라도 `탈레반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프간 정부의 강경 입장은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다. 미국 주도의 서방 경제원조와 정치적 지지 없이는 체제 유지가 힘든 현 아프간 정권은 "석방 요구자 중 우리도 어찌 할 수 없는 거물급이 있다"는 `핑계'를 계속 대면서 시간만을 버는 자세를 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프간 현지의 일부 정치 분석가들 사이에서 "아프간 정부는 결국 인질-수감자 교환없이 여성 인질만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내는 선에서 미국과 한국 정부에 면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테러 세력과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미국 정부와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하는 아프간 정부 사이에서 자국 국민이 하나씩 살해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나마 아프간 의회 일부에서 `인질을 계속 살해하도록 놔두는 것보다 수감자를 교환해 인질을 먼저 구하는게 더 인도주의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판이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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