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한국인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아프간을 방문해 협상을 벌였던 청와대 백종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파키스탄을 방문함에 따라 파키스탄이 이번 한국인 피랍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와 탈레반의 연계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파키스탄이 적잖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테러와의 전쟁' 전면에 섰던 파키스탄의 입장과 꼬일대로 꼬여 있는 파키스탄의 정치적인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에서 파키스탄이 취할 수 행동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은 우리가 아프간 인질석방 문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방 중 하나"라며 "백 실장이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일 밤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백 특사는 이날 파키스탄 외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나 본격적인 조율에 들어갔다.
백 특사는 이 고위급 인사들에게 한국인 인질 사태와 관련, 파키스탄 정부가 최대한의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한국 정부의 요청을 파키스탄 정부가 얼마나 귀기울여 듣고 협조할 수 있는 지 여부로, 현재 파키스탄의 상황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노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파키스탄이 아프간과 마찬가지로 9.11테러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테러와의 전쟁 전면에 나섰던 만큼, ISI와 탈레반의 연계설에 입각한 어떤 요청도 들어주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설사 ISI 내부에 탈레반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탈레반을 움직이는 것은 반테러 전쟁을 지속해온 파키스탄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내에서 테러 세력들이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는 미국 등의 지적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테러세력의 활동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어떤 요청도 달가울 리 없다. 또 파키스탄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아주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1999년 무혈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뒤 군(軍) 사령관을 겸임해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끊임없는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3월 대통령의 군사령관 겸임 등을 골자로 한 개헌 움직임에 반대해온 대법원장을 해임시킨 이후에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집권 후 최대의 정치적인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치 상황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론 한국 정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파키스탄에 최대한의 협조를 구하겠지만 이는 인도적인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ISI와 탈레반의 연계설은 아주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로서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며 파키스탄 정부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설사 ISI 내부에 탈레반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탈레반을 움직이는 것은 반테러 전쟁을 지속해온 파키스탄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내에서 테러 세력들이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는 미국 등의 지적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테러세력의 활동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어떤 요청도 달가울 리 없다. 또 파키스탄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아주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1999년 무혈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뒤 군(軍) 사령관을 겸임해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끊임없는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3월 대통령의 군사령관 겸임 등을 골자로 한 개헌 움직임에 반대해온 대법원장을 해임시킨 이후에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집권 후 최대의 정치적인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치 상황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론 한국 정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파키스탄에 최대한의 협조를 구하겠지만 이는 인도적인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ISI와 탈레반의 연계설은 아주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로서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며 파키스탄 정부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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