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조건’이 쟁점…“유엔보장등은 심리전”
인질 건강유지가 관건…의약품 전달에 주력
인질 건강유지가 관건…의약품 전달에 주력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부와 탈레반 간 '대면접촉'이 요구조건과 접촉장소 등에 대한 합의가 늦어져 5일 중에도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탈레반측과 직접 교신채널을 통해 `의견조율'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사태 장기화에 대비, 한국인 인질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진 파견이나 의약품 추가 전달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레반과의 교신채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상황관리가 어느 정도 되고 있다"면서 "대면접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추가살해를 방지하면서 만나서 어떤 성과를 도출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전 조율작업은 더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탈레반측과의 사전 접촉을 통해 한국측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인식시켜 탈레반측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과거 집권경험이 있는 탈레반측이 국제사회의 여론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슬람권의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피랍자들을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킴으로써 탈레반의 입장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대면접촉'의 장소 선정문제는 피랍자들이 억류된 가즈니주(州)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나서 조율하고 있지만 정부와 탈레반 간에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탈레반 측이 이런저런 요구를 내세우며 심리전을 펴고 있으나 자신들도 (요구에)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유엔의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대면)접촉 장소 선정 등 기본적인 것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접촉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접촉장소나 시기 등은 곧 합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의 교신에서 탈레반이 `피랍자-수감포로 맞교환' 요구를 고수할 경우 대면접촉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간 5일 정상회담이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인 피랍사태도 논의되겠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편 피랍자들의 건강상태와 관련, 탈레반 측은 외신을 통해 전달한 `일부 인질 건강악화설'에 대해서도 우리 측과의 교신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 인질들의 건강유지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의약품과 필수품 전달은 물론 현지 의료진 파견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아프간에 파병된 의료부대인 동의부대 소속 군 의료진을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가즈니주 인근에 대기시켜놓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우탁 이정진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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