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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파키스탄 정부에 기대할 것 거의 없다”

등록 2007-08-06 19:01수정 2007-08-06 23:16

파기스탄 유력 일간〈더뉴스〉의 유스프자이는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을 두번 인터뷰하는 등 탈레반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뽑힌다.
파기스탄 유력 일간〈더뉴스〉의 유스프자이는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을 두번 인터뷰하는 등 탈레반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뽑힌다.
아프간 정부, 파기스탄 탓은 공 떠넘기기
인질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
아프간 피랍 사태 현지 언론인 리포트

한국인 인질을 억류 중인 탈레반에 대한 영향력 확보 통로로 파키스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파키스탄 영내에 있는 탈레반과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한국인 인질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이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과연 파키스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파키스탄이 과거 아프간의 탈레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사실이다. 양자의 관계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했던 1996년부터 2001년 사이에 특히 긴밀했다. 당시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더불어 전세계에서 탈레반 정부를 인정한 세 정부 중 하나였다. 나머지 두 나라는 아프간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 파키스탄의 영향력은 더욱 컸다.

그러나 양국간의 관계는 2001년 9·11테러 뒤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아프간 탈레반은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넘기라”는 파키스탄의 종용을 무시했다. 이후 아프간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를 적과 동일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상당수는 아프간과 관타나모 등의 미군 수감시설로 호송됐다.

최근 들어 파키스탄 탈레반의 부상은 파키스탄 정부에도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아프간 탈레반과 기본 철학을 공유하고 아프간인인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2004년 이후 남·북 와지리스탄주에서 파키스탄 탈레반과 싸우며 900명에 가까운 병사를 잃었다. 파키스탄 정부가 파키스탄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 역시 지난 6월15일 파키스탄 탈레반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휴짓조각이 됐다. 파키스탄 영내에 있는 탈레반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최소 세번이나 암살하려고 시도했다.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 군부가 운영하는 파키스탄 정보부가 여전히 탈레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파키스탄 군부 정보기관이 은밀히 탈레반한테 무기를 포함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파키스탄 탈레반과 같은 뿌리를 가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자신들의 ‘형제’를 죽이는 파키스탄 정부의 말을 얼마나 들을 것인가?


이른바 ‘파키스탄 영향론’은 한국 인질사태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도 있다. 애초 이런 주장을 한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가 미국에서 유학을 한 친미 성향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 타스님 아슬람은 파탄 주지사의 말이 나온 뒤 “자국 내에서 탈레반과 싸우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한국을 도와줄 입장이 아니다”라고 자신들의 한계를 명확히 말했다.

논리적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한국인들의 구출에 기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가능성은 파키스탄 내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것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주에서의 대탈레반 군사작전 종료 선언이다. 세번째 가능성은 파키스탄 내 아프간 탈레반의 활동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이 중 그 어떤 방안이라도 허락할 리 만무하다. 그럴 경우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한 아프간 탈레반의 반응도 미지수다. 아프간 탈레반은 이미 석방 희망 아프간 탈레반 수감자 명단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파키스탄 탈레반 수감자로 바꾼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에 가깝다.

설사 파키스탄 정부가 이 밖에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선다 해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역시 파키스탄 정부와 탈레반은 가깝다’는 인상을 전세계에 남길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에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보다는 이란이나 인도와 더 가까워졌다. 그만큼 파키스탄 정부와는 소원해졌다. 파키스탄과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해 서로 ‘공’을 넘기는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질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아프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라는 점이다.

페샤와르/라히물라 유수프자이 <더 뉴스> 선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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