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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두려움 짙은 칸다하르 거리 “한국인질 석방” 시위행렬

등록 2007-08-07 19:14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이슬람청년회의 “여성인질 잡는건 겁쟁이” 행진
탈레반 보복 무릅써…납치책임 두고선 견해 달라
한국인 인질들이 피랍된 가주니주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칸다하르도 탈레반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탈레반의 자살폭탄 테러, 나토군 폭격 등으로 죽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탈레반과 정부의 스파이가 득실거린다. 두려움은 이곳 사람들의 일상이다.

피랍 사태 19일째인 6일은 조금 사정이 달랐다. 확성기를 매단 10여대의 차량과 300여명이 거리를 행진하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확성기에선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을 석방하라”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성을 인질로 잡는 것은 겁쟁이나 하는 짓’이라는 펼침막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위는 전국이슬람청년회의 이 지역 지부가 조직했다. “인질 대부분이 여성이라 처음에는 쉽게 풀려날 줄 알았다. 그런데 2명이 죽고 여성 인질들이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니맛 아르간드는 지회장은 집회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칸다하르에서 이런 시위를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자살폭탄 테러가 늘어나고 탈레반이 칸다하르 시내까지 세를 넓히면서, 보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적과 동지가 구별되는 행동을 더욱 꺼리는 추세다.

“이런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탈레반에게 ‘나를 죽여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내가 시위에 참여한 것을 알면 죽이려 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 못지않게 칸다하르 사람들도 인질을 걱정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바차’라고만 이름을 밝힌 한 시위 참가자가 말했다.

평범한 아프간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 인질들의 억류가 ‘아프간의 전통에 반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납치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집회장소 근처에 장 보러 온 촌로 굴라 알라이는 “그들이 선교 목적으로 왔다면 탈레반이 그들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석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일용 노동자 아흐탈 모함마드는 “선교 목적으로 왔더라도 죽일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는 아프간 사회에 해가 되는 이들이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개인들의 자유가 아니라 국제정치 역학에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가게주인 사라이 다르타기르는 “한국인 인질들의 사정이야 딱하지만 정치세력이 개입되는 한 탈레반의 처사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하야툴라는 “아프간 정부가 미국에 휘둘리지 말고 인질문제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께, 이틀 전 칸다하르 중심가에서 납치된 아프간인 3명이 총상 투성이의 주검으로 대로변에서 발견됐다. 탈레반 대변인은 더 많은 인질 납치를 경고한다. 칸다하르에선 암울한 소식만 쏟아진다.

칸다하르/강경란

분쟁 전문 취재 프리랜서 피디(FN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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