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납치) 초기에는 아프간 지역의 탈레반이 주도했으나 며칠 뒤에 파키스탄의 탈레반 및 파키스탄정보부(ISI) 요원들이 아프간의 탈레반이라고 속이고 합류한 뒤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4일 로이터와 인터뷰)
"탈레반이 한국인 여성인질 4명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는 파키스탄 출신 탈레반이나 하는 행위로 이는 이들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증거다"(7일 연합뉴스와 간접통화)
한국인 일행이 납치된 현장인 가즈니주(州)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연일 이번 피랍사건에 파키스탄이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잇다. 파키스탄 정부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줄기차게 파키스탄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올해 초 가즈니주 주지사로 임명되기 전 그는 파키스탄과 가즈니주 사이에 있는 팍티카주의 주지사였다. 친미인사인 그는 탈레반이 출몰하던 팍티카주를 장악하기 위해 미군에 공습을 요청, 주지사로서 상당히 성공을 거뒀다.
팍티카주는 지리적으로 파키스탄과 맞닿아 파키스탄 출신 탈레반이 이 지역을 넘나들며 테러를 일삼곤 했던 곳이다. 파탄이 팍티카주를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데 성과를 거두자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는 또 다른 불안 지역인 가즈니주를 그에게 맡겼다.
하지만 가즈니주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임 주지사였던 시르 알람이 1970년대 말 탈레반의 전신인 반소 무장단체 `무자헤딘' 출신으로, 탈레반과 상당히 내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팍티카주의 경험을 토대로 가즈니주 역시 파키스탄 세력을 몰아내야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미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를 적극 지원하지 않았고 타지크족 무자헤딘 출신인 아프간 내무부ㆍ국방부 장관 역시 그의 도움 요청을 번번이 외면했다.
일각에서는 파탄이 2001년 미군 침공 이전 10여년 간 미국 등 해외에서 평화롭게 지냈고 그의 가족이 아직도 미국에 거주하는 시민권자인 것이 이들 장관에게 `미운 털'이 박힌 계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어쨋든 이런 이유들로 인해 가즈니주의 상황은 전 주지사 시절보다 더 악화했고 팍티카주에서 꽤 명성을 얻었던 그는 `집무실 1㎢ 안에서만 주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가즈니주를 평정해 자신과 같은 파슈툰족인 카르자이 대통령의 `면'을 세워야 했던 그의 조급증이 갈수록 커져간 것. 이런 상황에서 관할지역인 가즈니주에서 한국인 납치 사건이 터지자 파탄은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이 납치사건이야 말로 자신이 `뜰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로 삼게 됐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그의 말대로 파키스탄 세력이 가즈니주 탈레반 조직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지, 또한 한국인 여성 인질이 위협을 받고 있는 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파탄이 "시한이 이틀 연장됐다"고 발표한 직후 탈레반이 두번째 인질을 살해했다는 사실은 자신만만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 가즈니주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갈수록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그의 발언을 가려서 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어쨋든 이런 이유들로 인해 가즈니주의 상황은 전 주지사 시절보다 더 악화했고 팍티카주에서 꽤 명성을 얻었던 그는 `집무실 1㎢ 안에서만 주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가즈니주를 평정해 자신과 같은 파슈툰족인 카르자이 대통령의 `면'을 세워야 했던 그의 조급증이 갈수록 커져간 것. 이런 상황에서 관할지역인 가즈니주에서 한국인 납치 사건이 터지자 파탄은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이 납치사건이야 말로 자신이 `뜰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로 삼게 됐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그의 말대로 파키스탄 세력이 가즈니주 탈레반 조직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지, 또한 한국인 여성 인질이 위협을 받고 있는 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파탄이 "시한이 이틀 연장됐다"고 발표한 직후 탈레반이 두번째 인질을 살해했다는 사실은 자신만만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 가즈니주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갈수록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그의 발언을 가려서 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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