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가족들 “누군들 어떠냐”…아쉬움·불안감도 섞여
마침내 피랍 인질 2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13일 밤 한달 가까이 고통과 침묵 속에 갇혀 있던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에는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남은 19명의 인질 가족들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아쉬움과 불안감도 섞여 있었다.
피랍 가족들은 인질 석방이 일단 2명에 그쳤지만, 나머지도 “모두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사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석방이 확정된 인질이 누구인지를 놓고 하루종일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지만, 석방 인질이 김경자·김지나씨로 공식 확인되자 “모두 우리 자식들이고 형제자매인데 누군들 어떠냐”며 “일단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일제히 환영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외교통상부에서 밤 9시57분께 공식 통보를 받았으며 ‘석방 인질들의 건강은 생각보다 비교적 양호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인질이 무사히 석방될 때까지는 단 한순간도 맘을 놓을 수 없는 게 가족들의 처지”라며 “앞으로도 피랍자 가족들의 애타는 심경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나머지 피랍자들이 석방될 때까지 이슬람과 국제사회를 향해 인도적 차원의 도움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샘물교회 이헌주 목사도 “가족들은 아프간 피랍자 전원이 풀려날 때까지 모든 고통을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남은 인질 가족들은 지친 모습도 보였다. 숯덩이가 된 가슴을 움켜쥐고 벽에 무거운 몸을 기대고 있거나, “내 아이도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며 얼굴을 파묻고 간절히 기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직 남은 인질들의 안녕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11~13일 탈레반의 인질 석방과 보류, 다시 억류, 그리고 석방 등으로 3일째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더욱이 이번 석방에서 제외되고, 가장 늦게 풀려날 수도 있는 5명의 남성 피랍자 가족들의 답답함과 아쉬움은 더했다. 하지만 이번 여성 인질 석방으로 추가 살해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고 피랍자들의 석방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데 기대와 희망을 걸기도 했다.
특히 정부 협상단이 탈레반과 대면 협상을 시작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들려온 ‘낭보’여서 아프간 사태의 조기 타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지만 불안감도 여전히 내비쳤다.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는 아프간에서 피랍됐다 이미 죽임을 당한 배형규(42) 목사의 형 배신규(45)씨와 심성민(29)씨의 매형 신세민(33)씨 등도 나와 나머지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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