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한국인 전원 석방 일지
시한연장-인질살해 교차압박
배·심씨 2명 결국 ‘희생’
배·심씨 2명 결국 ‘희생’
피랍에서 석방 합의까지
인질 납치 뒤 석방 합의까지 41일 동안 피말리는 하루하루가 계속됐다.
악몽은 7월19일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등 23명이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납치되면서 시작됐다. 현지인들도 꺼리는 위험지대를 전세버스로 이동해 탈레반에 노출됐다. 탈레반은 처음에 한국군 철수를 요구했지만, 21일 탈레반 죄수 23명과 맞교환을 요구하면서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탈레반은 몇시간, 하루 단위로 협상 시한을 연장하고 인질 살해를 협박했다. 숨이 타들어갔다.
22일 조중표 외교통상부 1차관 등 대책반이 카불로 날아갔다. 인질과 포로의 맞교환을 요구하는 탈레반과 “맞교환은 없다”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사이에서 한국은 협상에 들어갔다. 25일 8명 석방이라는 낭보가 전해졌으나, 배형규 목사 살해로 반전됐다. 곧바로 백종천 대통령 특사가 아프간으로 날아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29일 면담했다. 탈레반의 요구사항인 수감자 석방에 대해서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 모두 냉담하게 반응했다.
탈레반은 현란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26일 인질 임현주씨를 동원해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를 통해 “도와달라”고 호소하게 했고, 30일에는 두려움에 떠는 인질 12명의 모습이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됐다.
가족들이 애태우던 31일 심성민씨가 추가로 살해됐다. 국민들은 탈레반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8월7일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에서조차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탈레반 쪽은 한국 협상대표단과 직접협상을 재차 요구했다.
10일 우리 정부는 탈레반 대표와 첫 대면협상에 나섰고, 그 결과 13일 김경자·김지나씨 2명이 풀려났다. 탈레반 쪽도 “선의에 화답하라”고 한국 쪽에 요구했다. 2명 석방 뒤 협상은 열흘 넘게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탈레반 쪽에서 협상을 낙관한다는 소식이 나왔고, 라마단 전 특사설도 나왔다. 25일 인질 19명 석방 합의설이 보도되면서, 대면협상만 이뤄지면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
드디어 28일, 대면협상이 재개됐고 이날 저녁 8시30분께 19명 전원 석방 합의가 공식 발표됐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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