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주의깊게 들을 수 밖에 없을 것
감정 드러낼 수 없어 미칠 것 같았다”
감정 드러낼 수 없어 미칠 것 같았다”
피랍자 가족대표 차성민씨
“납치된 누나가 걱정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아프간 피랍 사태 직후부터 40일이 넘도록 탈레반의 ‘입’이었던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만큼이나 피랍자 가족들의 ‘입’ 역할을 해오고 있는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30)씨는 29일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차씨는 그동안 가족들의 뜻을 대변하느라 정작 자신의 누나인 차혜진(33)씨의 걱정은 내놓고 하지 못했다.
그는 “힘들 때 항상 옆에서 힘이 됐던 누나가 미치도록 그리웠다”며 “누나를 직접 봐야 살아서 돌아온 것을 실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대학을 마친 뒤 지방 일간신문에 입사했다가 지금은 경제전문지로 옮겨 근무 중인 5년 경력의 취재기자다. 본인이 기자이면서 누나가 납치된 뒤부터는 취재를 당한 셈이다. 그는 “기자의 취재 욕구가 얼마나 대단한지 제가 잘 알죠. 그런데 막상 취재를 당해 보니 처음에는 참 기분이 이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어떤 질문을 들었을 땐 가족 처지에서 ‘왜 이렇게 대답하기 곤란한 것을 물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이 사태를 취재하는 기자라면 같은 질문을 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러나 소중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 정말 답변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 대표를 맡기에는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는 그동안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아 국내외 취재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피랍자들이 돌아온 뒤 국민들이 어떤 책임을 물으시더라도, 일단은 살아서 올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 우리 가족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었다”며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염려해준 국민들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는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가 피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라고 대답한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말끝을 흐렸다.
성남/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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