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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인질 2명 희생되자 ‘탈레반과 직접협상’ 미국도 양해

등록 2007-08-29 22:09수정 2007-08-29 23:16

29일 추가로 풀려난 한국인 피랍 여성 3명이 가즈니주에서 적십자사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29일 추가로 풀려난 한국인 피랍 여성 3명이 가즈니주에서 적십자사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정부 “불가피한 선택…국제사회도 비판 안할것”
미 국무부 “석방 환영”…‘이탈리아 사례’와 차이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되자 정부는 곧바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반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기본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다. 사태 초기 아프간 정부를 앞세운 ‘간접 협상’을 벌이다 배형규 목사 등 두 사람이 살해되자 탈레반 쪽과 ‘대면 협상’으로 급선회해 남은 인질 전원 석방 합의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런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일부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협상 수단이 극히 제한된 현실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례 어긴 직접협상?=석방 합의를 끌어낸 핵심 수단인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에 대해선, ‘테러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관례에서 벗어난 부적절한 접근법이라는 비판이 일찍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이끌어낼 다른 현실적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대면 협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외교정책실장 등이 아프간 정부와 미국 등을 상대로 인질 두 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대면접촉은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양해’를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집단과 협상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두고 정부 당국자는 “지금껏 어떤 정부도 한국 쪽의 문제 해결 방식을 비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톰 케이시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석방 합의 발표를 반기며 인질들의 석방을 적극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탈리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5명의 석방을 대가로 자국의 피랍 언론인을 구해냈을 때 미국 정부가 이를 비판한 사실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총력외교전=정부 대응의 또다른 특징이다. 한편에선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탈레반의 의도에 말려든 ‘실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외교부 제1차관과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을 아프간에 급파하는 등 고위급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준 게 결과적으로 성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치열한 여론전=탈레반 쪽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국내외 언론을 적극 활용한 데 맞서 정부도 먼저 풀려난 김경자·김지나씨의 <알자지라> 단독 인터뷰를 주선하는 등 이슬람권의 석방 촉구 여론을 조성하려고 애썼다. 특히 ‘여성은 납치도 살해도 않는다’는 이슬람 문화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와 함께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을 방문했던 백종천 실장이 이달 초 파키스탄을, 송민순 장관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카타르를 뺀 세 나라는 탈레반 집권을 공식 인정했던 국가로, 탈레반에 영향력이 크다는 게 중평이다. 이슬람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이슬람회의기구’(OIC)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는 인도네시아의 협조도 일찌감치 이끌어냈다. 한국이 이슬람 사회에 ‘빚’을 진 셈인데, 지금까지 미국 추종 일변도였던 대중동 정책의 전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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