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료 공급 봉쇄 통해 하마스 숨통 죄기
유엔 반기문 총장 “국제법 위반” 강력 경고
유엔 반기문 총장 “국제법 위반” 강력 경고
이스라엘이 19일 팔레스타인 정치·군사조직 하마스가 지배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적대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안보각료회의에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땅으로 날아오는 로켓 공격에 대한 책임을 하마스에 물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조처는 오랜 기간 경제적 고립으로 고통받아온 이곳 주민들에 대해 전기·연료 등의 공급을 더욱 옥죌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추가 제재조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관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미 심각한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7월 하마스가 장악한 이후 이스라엘이 일부 필수품 이외의 물품 반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팔레스타인 경제인 연합’ 인사의 입을 빌려 “지난 7월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가자지역에서 7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공장 85%가 문을 닫거나 가동율 20% 미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은 18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자지구 실업률이 35%이며 인구의 3분의 1이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하마스는 우리에게도 적대세력”이라며 이번 조처를 인정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식량과 물, 의약품 같은 인도주의적 필수품은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이번 조처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총장은 성명을 통해 “물과 전기 공급을 끊는 것은 국제 인도주의와 인권법에 따른 이스라엘의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피〉 (AP) 통신은 최근 이스라엘에 로켓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하마스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967년 가자지구를 침입해 38년간 점령한 뒤 2005년 가을 철수했다. 그럼에도 국제법상 이스라엘은 점령군의 지위에 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의 대변인 노가 에이탄은 “테러분자와 무고한 민간인을 구분할 책임은 이스라엘군에 있다”며 “민간인이 생필품에 접근할 권리를 막는 것은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한 집단적 처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전쟁 선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마스 대변인 파우지 바롬은 “이번 조처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비난했다. 가자지구를 놓고 쟁패를 벌인 파타 출신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무드 아바스도 성명을 통해 “민간인을 집단 처벌하는 비도덕적, 불법적 조처”라고 비난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