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뿐 아니라 정치적 원인도 작용”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과 2주일 동안에 3척의 배가 해적들에 의해 납치돼 이곳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28일 한국인 2명이 승선한 일본선박 골든모리호가 아덴만에서 해적들에 의해 나포된 데 이어 30일 20여명의 선원이 타고 있는 북한 화물선이 또다시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비록 케냐의 선원지원 비정부단체인 '항해자지원프로그램'의 앤드루 므완구라는 북한 선박의 선원들이 해적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해 수도 모가디슈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소말리아 수역의 위험성이 또다시 한국인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는 것.
또한 지난 17일께 코모로 선적의 알마르잔호가 해적들에 의해 붙잡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월 15일 해적들에 의해 납치된 마부노 1, 2호의 한국인 4명을 포함한 선원 20여명은 5개월이 넘도록 억류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 해적 활동이 급증한 이유 = 이처럼 해적의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현지 사정에 밝은 므완구라는 다분히 정치적 이유와 연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므완구라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바라는 차원에서 일종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압둘라히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TFG)가 이슬람급진세력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TFG에게 압력을 행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과도정부는 지난해말 에티오피아군의 지원 아래 수도 모가디슈 등 전국을 장악한 데 이어 지난 7월께 부족사회인 소말리아의 국가화합을 위해 전국 차원의 대규모 회의를 개최했으나 반대파로 축출당한 이슬람법정(UIC)세력은 이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과도정부는 UIC를 테러세력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해외에 빠져나간 UIC 지도자들도 TFG를 외세의 앞잡이로 규정, 대회에 불참한 것. 이런 가운데 에티오피아군에 적대적인 토착 부족들과 UIC 잔당은 거의 매일 경찰서 등 TFG와 에티오피아군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가해 일반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판 이라크' 양상을 띠고 있다.
므완구라는 지역 군벌과 연계돼 있는 해적들이 단지 몸값을 바라고 선박들을 납치할 뿐 아니라 이런 정치적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약 5개 그룹으로 알려진 해적들은 각각 따로 활동하고 있으며 때때로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해사국(IBM)은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모두 26건의 해적 사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건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 내전과 가뭄 등으로 인해 전국에서 150만명이 식량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해적활동은 지역 군벌과 주민들의 생존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 대책 = 과도정부가 반군의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해적 활동을 종식시킬 자체적인 물리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가디슈에 1천600-1천800명의 우간다군이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으로 배치돼 있으나 당초 AU가 목표로 제시한 8천명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부티에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군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경비임무를 펴고 있고 프랑스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 운반선을 호위할 군함을 파견키로 발표한 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선 부족한 상태다.
지난 28일 납치된 골든모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이 이 선박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미국 군함이 소말리아 정부의 승인을 얻어 영해 내로 진입해 추격하기도 했으나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이에 따라 므완구라는 일단 외국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200마일 벗어나 항해하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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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특파원 minchol@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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