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를 논의하는 서방과의 회담에 '데뷔한' 사에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 대표가 강경파의 면모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지난달 30일 런던에서 열린 이란과 유럽연합(EU)간의 이란핵 프로그램 협상에서 잘릴리 대표가 잇단 강경 발언으로 자신이 전임자인 알리 라리자니와는 다른 방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2일 보도했다.
협상 참석자들은 잘릴리 대표가 우라늄 농축을 지지하는 이란 국민들의 뜻을 설파하고 신과 신학에 이어 자신의 학위 논문까지 거론하는 등 1시간30분에 걸쳐 '독무대'를 펼쳤다고 전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잘릴리 대표는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은 과거일 뿐이고 이제 나와 더불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당신들의 어떤 제안도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협상이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의 발언에 "틀렸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솔라나 대표는 협상 후 기자들에게 "실망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협상을 `재난'으로 묘사한 프랑스의 한 관계자는 "'(전임) 라리자니의 모든 제안이 부도수표가 됐으므로 우리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잘릴리가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잘릴리 대표가 "이란 핵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뒤 "이제부터 이란의 인정을 받은 유일한 질문 주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뿐"이라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에 다른 협상 대표들은 "우리는 이란의 본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여 향후 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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