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 13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반갑지 않은 살인자"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9일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어 중동의 친미 아랍국가를 순방 중인 부시 대통령은 오는 16일 마지막으로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발표한 "살인자들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의 피로 손을 흠뻑 적신 부시에게 밝힌다"며 "우리의 땅이나 하늘 아래에서 당신과 당신의 미국 정부를 돕는 자들은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를 대표하는 모하메드 마흐디 아키프(80)는 부시 대통령은 에티오피아를 부추겨 소말리아를 점령하게 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한편 레바논에서 정파 간 분쟁을 선동했다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파괴와 이라크 점령에도 그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아랍권 민중의 바람과는 반대로 부패하고, 전제적인 정권들을 계속 돕고 있다"며 "이런 모든 범죄는 아랍인과 무슬림들 사이에 미국 정부에 대한 무한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에서 합법적인 정당조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무슬림형제단은 2005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후보를 출마시켜 전체 하원 의석의 20%(88석)를 차지함으로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민주당(NDP) 다음으로 큰 원내 조직이 됐다.
1981년 이후 27년 째 집권하고 있는 무바라크 정부는 국내외 정치상황에 따라 무슬림형제단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수시로 단속해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을 앞두고 나온 아키프 대표의 이번 발언은 부시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받아온 무바라크 정부를 함께 겨냥한 것이어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이집트 공안 당국의 대대적인 탄압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비판해 온 아키프 대표는 미국은 이집트가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무바라크 정부의 장기 집권을 돕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휴양지인 샤름 엘-셰이크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아랍권 국가들이 지원하는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부시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비판해 온 아키프 대표는 미국은 이집트가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무바라크 정부의 장기 집권을 돕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휴양지인 샤름 엘-셰이크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아랍권 국가들이 지원하는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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