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종족간 대량학살의 위기가 번지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 지도자들이 케냐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잇따라 나서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3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 므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1일엔 케냐를 직접 찾아 야당 대선 후보였던 라일라 오딩가 오렌지민주운동(ODM) 대표를 만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케냐에서 키바키-오딩가 중재에 나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당초 31일 양쪽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첫 협상을 주재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오전 서부 엘도렛시에서 다니엘 투 의원이 경찰관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회의를 하루 연기했다.
사망한 투 의원은 29일 나이로비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멜리투스 웨레 의원과 같은 오렌지민주운동 소속이다. 경찰은 1일 “사건은 가해자인 경찰이 자신의 애인과 투 의원이 사귀는 데 격노해 저지른 치정 살해”라고 밝혔지만, 분노한 야당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지며 최소 두명이 죽고 가옥 여러 채가 전소됐다.
반 총장의 오딩가 면담은 아난 전 총장의 중재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딩가는 사흘 사이 같은 당 소속 의원 2명이 숨진 데 대해 “우리 당의 의석수를 줄이려는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오렌지민주운동은 의회에서 근소한 차로 다수를 점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은 케냐 사태가 아프리카의 정치 발전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서수민 기자, 연합뉴스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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