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총선결과 늑장 ‘개표부정’ 낌새

짐바브웨 제2의 도시 불라와요에서 지난달 30일 야당 민주변화운동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불라와요/AP연합

하루이상 늦게…당선자도 일부만 공개
논란 속 여-야 지지자 충돌 예상 ‘정국 긴장’

짐바브웨 대선 부정선거 의혹 증폭

31일 28년에 걸친 로버트 무가베(84) 대통령 철권통치의 종식을 가름할 짐바브웨 대선 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공식 당선자 발표에서 야당과 여당이 차지한 의석수가 짜맞춘 듯 같게 발표되면서 개표 부정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 우토일레 실라이그와나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방송을 통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이 확정된 국회의원 38명(전체 210명) 명단을 발표했다. 집권당과 모건 츠방기라이(56) 후보가 속한 야당 민주변화운동(MDC)이 똑같이 19석씩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선관위가 발표한 여·야의 의석수는 각각 3석, 6석, 12석으로 나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예상보다 하루 이상 늦어진 결과 발표는 부정선거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외국 선거감시인단들은 투표가 끝난 지 4시간 뒤인 29일 밤 11시에 이미 개표 결과가 나온 선거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이 지나 부분적으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변화운동은 이날 자체 집계 결과를 발표하며, 자신들이 총 선거구의 60%에서 이겨 집권당의 갑절에 이르는 의석 수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경제공동체(SADC) 감시원단의 한 위원은 ‘선거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내용의 감시 보고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면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시원단은 짐바브웨 정부의 초청을 받은 선거감시기구 가운데 하나이며, 미국이나 유럽의 선거감시단은 모두 거부당했다. 그러나 조지 치웨셰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장은 “모든 결과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했다.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이번 행사가 ‘매머드’급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여야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이 예상돼, 수도 하라레에선 폭동 진압 경찰관들이 순찰을 돌면서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보도했다. 또 조지 차람바 대통령 대변인은 이미 승리를 선언한 츠방기라이 후보에 대해 “그것은 명백한 쿠데타다. 우리가 쿠데타에 어떤 조처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고 관영 <선데이메일>이 전했다.

그렇지만 야당 민주변화운동 선거본부가 있는 짐바브웨 제2의 도시 불라와요에선 츠방기라이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야당의 티셔츠를 입은 군중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백인들은 서로 미소를 짓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002년 대선에선 츠방기라이 후보가 도시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올렸으나, 농촌 지역에서 75%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무가베에게 56.2% 대 41.9%으로 패배한 바 있다. 권오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