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NYT 등 권력이양 협상 보도 잇따라…
가디언 “군 동원 선거결과 부정할 수도”
가디언 “군 동원 선거결과 부정할 수도”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28년 동안 철권통치를 펴온 로버트 무가베(84)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외신들이 2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외교 소식통과 짐바브웨 분석가들의 말을 따, 무가베 측근들이 야당 민주변화운동(MDC)의 대선후보인 몰간 츠방기라이와 무가베의 권력 이양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민주변화운동 쪽이 군과 정보기관 등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츠방기라이가 지난달 31일 여전히 군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솔로몬 무주루 전 육군참모총장과 접촉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과거의 범죄를 묻지 않는다는 점을 권력기관에 보증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무가베의 극단적 선택을 우려한 츠방기라이와 심바 마코니 등 야당 후보 2명이 1일 하라레에서 비밀리에 만나, 무가베에게 어떤 보복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무가베 퇴진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 것은 무가베 지지 세력에서 상당한 동요가 포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외교관들은 군 참모들이 무가베가 결선투표를 하더라도 패배할 게 확실하고 권력 이양 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점을 확신해, 야당 쪽과의 협상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38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선거지원네트워크는 투표소 표본조사를 통해, 1차 투표에서 츠방기라이가 49.4%, 무가베가 41.8%를 득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당의 온건파와 접촉한 민주변화운동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이번 패배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무가베를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무가베가 완패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결선 투표 자체가 창피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퇴진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짐바브웨 사태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무가베가 대선 결과를 힘으로 짓밟는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디언>은 무가베가 31일 밤 긴급 국방회의를 소집해 야당이 선거승리를 공언하는 것을 막기로 결의했지만, 군 병력 동원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9일 치러진 짐바브웨 대선의 결과 발표가 사흘이나 지연돼 개표 조작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보도가 나와, 짐바브웨 사태는 앞으로 하루이틀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무가베의 ‘반서방논리’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선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오던 영국, 미국 등 서방국들도 대선결과 발표 지연을 우려하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 의장국 슬로베니아의 드미트리 루펠은 무가베가 물러나지 않으면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며, 퇴진을 촉구했다.
박중언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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