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701점 인도…황금목기·단검·점토상 등
미 침공 때 1만5천점 분실…5천점 아직 못 찾아
미 침공 때 1만5천점 분실…5천점 아직 못 찾아
2003년 4월10일, 미국의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던 날 도난당했던 1만5천여점의 이라크 문화재 가운데 701점이 5년 만에 이라크로 돌아왔다. 시리아가 국가 단위로는 처음으로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문화재를 대량으로 인도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번에 돌아온 유물은 황금목걸이, 단검, 작은 점토상, 토기 등으로 이슬람 시대 초기(기원후 7~8세기) 문화재다. 시리아 정부는 국경에서 문화재를 밀수하려는 일당을 덮쳐서 회수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라크 문화재 반환위원회의 무나 하산 위원장은 현재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이탈리아 등과도 문화재 반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쪽은 이날 “곧 요르단 관리를 만나 요르단에 보관돼 있는 문화재 150점의 반환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에선 기원전 4600년 만들어진 ‘수메르 신에게 기도하는 남자’를 비롯해, 바빌로니아에서 아시리아 시대에 이르는 값을 매기기 힘든 수많은 문화재들이 사라졌다. 국립박물관은 1만5천여점의 도난 문화재 가운데 4천여점이 돌아오고 6천여점은 회수했지만, 5천여점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라크 관광·고고학 장관 대행 모하마드 아바스 알오레이비는 “이번 돌아온 문화재 가운데는 매우 중요한 유물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문화재 회수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계속되는 분쟁으로 도난 목록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과 되찾은 문화재 보관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수많은 이라크 문화재가 도난당한 것은 충분한 대비책 없이 침공을 서두른 미국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포위 공격 속의 유물>이라는 책을 발간한 문화정책센터의 로렌스 로스필드 책임 교수는 국방부가 이라크 침공 전에 문화유산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쳤지만, 문화재보호 국제협의인 ‘블루 실드’(Blue Shield)에 가입조차 않했다며 “놀랄만한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책을 함께 쓴 보그다노스 퇴역 대령은 이슬람주의 세력이 유물들을 팔아 군사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스필드 교수는 “이라크와 주변 나라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적지 도굴로 잃어버리는 문화재에 비하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문화재는 소규모”라고 주장했다.
권오성 기자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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