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신문 ‘더내셔널’…“선진국 도약 위해 만들어”
중동에서 ‘성역없는 보도’를 표방한 신문사와 방송사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왕족 등 권력 최고위층이 독립언론 지원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는 지난 17일 영자 일간 <더내셔널>이 창간됐다. 초기 발행부수 8만부로 출발한 이 신문의 편집국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구 언론을 거친 기자 20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 신문은 과밀학급 비판 등 고발성 기사를 전하고 유대계 투자를 옹호하는 논쟁적인 외부 기고문을 싣는 등, 초기부터 다른 아랍 언론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의 최대 주주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을 소유한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 아부다비 정부다.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조시 프리드먼은 “신문을 자세히 훑어봐도 (권력층을 의식한 자체) 검열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더내셔널>의 창간 배경에는, 건강한 감시자 구실을 하는 독립언론의 부재로 선진국 도약에 한계를 느낀 아랍에미리트 왕족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블룸버그뉴스>는 지적했다. 이웃 카타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적 언론으로 성장한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성공도 자극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한 중동판 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하는 등, 이 신문의 창간은 중동에서 판매 확장을 노리는 외국 언론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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