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석유 매장량
‘하루 20만 배럴’ 발표 불구 16일 장중 139달러 반등
“너무 적고 늦었다” “거품 조만간 빠질 것” 의견 갈려
“너무 적고 늦었다” “거품 조만간 빠질 것” 의견 갈려
고유가가 얼마나 더 높이, 더 멀리 지속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는 지난 10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블룸버그뉴스>는 2000년 ‘닷컴 버블’처럼 ‘유가 버블’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고 13일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15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부터 하루 2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밝힌 게 앞으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5월 3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올해 들어 총 50만 배럴을 증산하는 셈이다. 사우디의 이번 증산 예정 물량은 하루 생산량인 970만 배럴의 약 2%다. 세계 공급량을 기준으로 할 때 약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이피>(AP) 통신은 “증산의 폭은 작지만, 현재의 석유 가격이 한계치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사우디발 원유 증산 소식에 곧바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증산 소식이 미리 퍼진 1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1.4% 하락한 134.86달러를 기록했다. 이틀 뒤 시간외 거래에서도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0.7%(약 1달러) 하락한 133.86달러를 기록해, 하락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16일 서부텍사스유는 지난주 말 하락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중 한때 배럴당 139.89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유가 상승은 지난주 상승세를 탔던 달러 가치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노르웨이 연안 오스베르그 유전이 전날 화재로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비비시>(BBC)는 “다음달 사우디의 증산 약속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140달러대에 육박했다”며 “많은 이들이 사우디의 증산 약속이 오일 가격을 낮추기엔 너무 적고,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증산에 대한 시간대별 시장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오는 22일 주요 산유국들이 사우디 제다에 모여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가 상승 지속과 하락 사이 쉽게 어느 한 쪽으로 결론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품’론은 좀 용감해 보인다. <블룸버그뉴스>는 “2001년 배럴당 17.45달러 하던 유가가 139.12달러까지 치솟아 697%의 상승폭을 보이면서, 2000년 닷컴 거품이 터지기 전 나스닥지수가 최고 640%까지 상승한 투기열풍을 넘어섰다”며 “기름값이 곤두박질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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