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결선투표 단독 출마…재집권 확실시
짐바브웨가 27일(현지시각)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 들어갔다. 야당과 국제사회의 ‘불공정 선거’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이번 선거에서 로버트 무가베 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 돼, 짐바브웨 위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 3월29일 대선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이 투표소에 줄을 선 가운데, 결선투표가 큰 소요 없이 오전 7시에 시작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알자지라> 현지 통신원은 “몇몇 사람들이 ‘후보가 한 명 뿐인데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 민주변화운동(MDC)의 츠방기라이 후보는 지난 22일 정부의 폭력적 억압을 이유로 결선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47.9%의 표를 얻은 그는 과반 확보에 실패해 선거법에 따라 43.2% 표를 얻은 무가베 대통령과 이날 결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츠방기라이 후보는 27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가베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면, 무가베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프로스퍼 무체야미 야당 의원은 “무가베 지지자인 퇴역 군인들은 돌아다니며 여당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사람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3월 대선 이후 지금까지 여당 지지자들에 의해 최소 80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살해됐고 20만명이 해외로 망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 교토에서 모인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내 “이번 선거를 합법적인 선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차기 유엔 안보이사회 의장인 미국의 권한을 이용해 짐바브웨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은 “우리는 이 나라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계속 통치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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