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 회피용일 수도
이, 군사 작전은 계속해
이, 군사 작전은 계속해
이스라엘이 7일 팔레스타인과 조건부 정전협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겉으로만 보면 곧 전쟁이 끝날 듯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하지만 전정협정 협상테이블에 앉는다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침공을 당장 중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협정 체결 과정도 산 너머 산이다. 체결된 협정이 지속성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 또한 난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지 12일째인 7일, 처음으로 정전협정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집트와 프랑스가 중재한 정전협정이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간 깨진 정전협정도 이집트가 중재한 산물이었다. 두 나라는 최근 양쪽 모두를 접촉하며, 정전협정 중재안을 내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정전협정 테이블에 앉는다는 소식이 처음 나온 것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다.
정전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태도는 갑작스러운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정전을 거부해왔다. 변화의 배경엔 전날 이스라엘 군의 유엔학교 폭격으로 수십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로부터 거센 비난이 일어난 요인이 커 보인다. 이스라엘을 향한 하마스의 로켓공격 근거지를 소탕하겠다는 전쟁명분은 팔레스타인 민간이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명분을 거의 잃었다. 굳게 입을 닫아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마저 “민간인 희생과 이스라엘이 깊은 우려를 하게 만든다”고 6일 밝혔다.
거의 일방적으로 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스라엘은 조건 없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 재무장 예방과 이스라엘을 향한 하마스의 로켓공격 중단이란 두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밀었다. 때마침 이날 하마스 쪽은 이스라엘이 공격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호응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내건 하마스 재무장 예방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다.
하마스에 이미 큰 타격을 입힌 이스라엘이 일단 국제사회의 비난 세레를 피한다는 면에서 협상에 응하려는 자세를 보였을 수도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정전협정 소식이 나온 이후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관리의 말을 빌어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이스라엘 군에게 3단계 작전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며 “앞으로 며칠 동안 군사작전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7일 전했다. 당분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군은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한시적 폭격 중단을 약속했지만, 이날 가자지구 외곽에선 하마스 쪽과 교전이 계속됐다. <아에프페> 통신은 이날 오후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폭격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정전협정의 주체도 논란거리다. 교전 당사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였으나, 팔레스타인 쪽을 대표해서 온건파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파타당)이 나설 경우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바스는 이집트의 중재안을 논의하겠다며, 이날 카이로로 향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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