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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듀엣’의 비애

등록 2009-02-25 21:50

아히노암 니니(39)는 이스라엘의 인기 여가수다. 수정처럼 맑은 목소리의 니니는 유럽 등에서 앨범이 100만장 이상 팔렸다. ‘노아’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그는 평화운동가로서도 이름이 높다. 그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의 공연을 거부했다. 극우파의 폭탄테러 위협에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니니가 최근에는 좌파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니니는 올해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이스라엘 대표로 뽑혔다.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유럽 최대 가요대회다. 니니가 대회에 동료가수 미러 어워드(33)와 함께 참가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니니는 예멘계 유대인이다. 어워드는 갈릴리 출신 아랍계 의사 아버지와 불가리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랍계 이스라엘인이다. 두 사람은 8년째 함께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6년 전 제2 인티파다(팔레스타인저항운동) 때 비틀스의 ‘우린 해낼 수 있어요’(We can work it out)를 불러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스라엘 가요제 선발위원회는 대회에 유대인 출신과 아랍계 출신이 처음으로 동반 참가한다는 점에서 니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선발위원회의 선택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극우파 아비그도르 리베르만의 득세에 때맞춰 이뤄져, 좌파와 아랍권에서는 상황을 호도하려는 술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대회 참가를 취소하라는 청원서가 나돈다. 청원서는 “거짓 이미지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10t이 넘는 폭탄과 백린탄을 쏟아붓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스스로 평화운동가를 자임하는 니니와 어워드 두 사람은 이런 상황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어워드는 “나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양쪽이 모두 극단으로 치닫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니니는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배타적 종교국가는 내가 꿈꾸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이들은 4곡을 부른다. 이 가운데 하나는 3월에 심사위원과 청중들이 투표로 선택한다. 모든 노래는 히브리어와 아랍어, 영어로 쓰여진다. 니니는 “모든 사람들은 평화와 공존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이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진정한 우정을 갖고 있다. 우리는 공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니니와 어워드의 유튜브 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Rn12wcZaZF8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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