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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확전…‘오바마의 전쟁’ 막 올랐다

등록 2009-05-12 14:28수정 2009-05-12 14:36

파키스탄 내전 소용돌이…난민 100만명 넘어
아프간에도 미군 2만1천명 증파…폭격 강화
‘오바마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전쟁이 이라크전이었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쟁은 ‘아프팍(Afpak)전’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전쟁을 일컫는 말이다. 떠들썩하게 개전을 선포한 부시의 이라크전과 달리, 오바마의 아프팍전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이라크전이 대량파괴무기 위협이라는 개전 명분을 떠들썩하게 조작할 필요가 있었던 반면, 아프팍전은 미국이 지목한 ‘현존하는 위협’인 탈레반 등 이슬람주의 세력 앞에서 거창한 명분도 필요 없이 시작됐다.

미국 주연, 파키스탄 조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10일 <엔비시>(NBC)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이슬람주의에 대항해 “‘생존을 위한 전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등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도 이날 “앞으로 몇 주가 파키스탄 탈레반이 조성하는 현존하는 위협을 퇴치하는 노력에서 아주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폭스 텔레비전>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스와트 계곡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의 공세는 파키스탄 지도자와 국민, 군이 이슬람주의 무장대원들에 대항해 단합했다는 신호”라며 “파키스탄은 알카에다의 새로운 근거지”라고 단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공약했던 아프간전 완수가 아프팍전이라는 확대된 전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아프팍전 개전의 본격적 계기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파키스탄군의 탈레반에 대한 공세다. 앞서 탈레반 세력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00㎞ 떨어진 부네르 지역을 점령하자,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와 군이 탈레반 세력을 방기한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파키스탄 국민은 정부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파키스탄 현 정부에 대한 지지 포기까지 시사했다.

그러자 파키스탄 정부와 군은 탈레반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공세에 나서 곧 부네르를 탈환했고, 탈레반의 통치를 사실상 용인했던 스와트 계곡 지역까지 탈환하겠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미국의 비난을 받던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사실상 파기한 것이다. 파키스탄군의 공세와 때맞춰, 자르다리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4~7일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탈레반 세력 소탕을 다짐하는 ‘출정식’에 해당하는 정상회담을 했다.

스와트 계곡 대공세 파키스탄군의 탈레반 공격에 발맞춰, 미국은 아프간에서도 고삐를 죄고 있다. 이미 2만1천명의 미군이 증파된 가운데 무인전투기 등을 동원한 폭격이 강화되고, 주둔 미군의 지도부 보강도 이뤄졌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간에 데이비드 로드리게즈 소장을 재파견해 민사 분야를 감독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에 대한 묵인에서 소탕으로 돌변한 파키스탄 정부의 정책은 파키스탄을 사실상 내전 속으로 밀어넣었다. 정부군이 스와트 계곡에 대한 대공세를 강화하면서 스와트 계곡 등 북서변경주에서 탈출한 난민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북서변경주에서는 이미 55만명의 난민이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10일 최근 24시간 동안 스와트 계곡과 인근 샹글라 지역에서 약 200명의 탈레반 무장대원들을 사살했다고 전과를 자랑했다. 헬기와 전투기가 동원돼 스와트 계곡의 최대 도시인 밍고라 등에서 탈레반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곳을 폭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역시 밍고라의 도로 등에 폭탄을 매설하며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파키스탄 군이 최대 변수 자르다리 대통령은 <엔비시>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의 인구는 1억8천만명으로, 탈레반 무장세력의 수보다 훨씬 많다”며 “파키스탄이 붕괴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반폭동·반테러 전문가인 데이비드 킬컬런은 “파키스탄은 6개월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포린 폴리시>가 전했다. 정부군이 스와트계곡 등에서 통치권을 회복해도, 지난 10년 동안 파키스탄을 ‘실패한 국가’로 몰아넣은 군부와 사회경제적 문제가 해결될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최대 변수는 파키스탄 군이 탈레반 소탕전에 전념할 것인가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군은 탈레반 소탕전이 주적인 인도와의 대결에 지장을 준다며 반대한다. 게다가 군부와 정보기관들이 탈레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애초 탈레반의 결성에도 파키스탄 군부와 군 정보부의 기여가 있었다. 1980년대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파키스탄 군부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아프간과의 접경지대에 있는 난민촌과 이슬람학교에서 탈레반 전사를 양성했다.

뚜렷한 실체를 알 수 없는 적과 싸웠던 이라크전과는 달리, 미국은 아프팍전에서 탈레반 등 이슬람주의 세력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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