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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사비가 부르면 간다” 시민들의 ‘조용한 저항’

등록 2009-07-02 20:44

유달승 테헤란/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유달승 테헤란/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유달승 교수의 테헤란 리포트②
테헤란에 머물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유달승 교수가 서구 언론이 보지 못하고 있는 이란 개혁파 지도자 무사비의 ‘느림의 힘’과 이란 사회 아래로부터 번지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전해왔다.

대규모 시위 대신 주택가 중심 대중운동 지속
무사비가 우연한 영웅? 서구언론 왜곡에 불만

이란의 대선 부정선거 의혹 시위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자 서구 언론들은 곧바로 ‘무사비 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평화시위를 호소한 개혁파 대선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사진)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시위 참가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미국의 한 대학교수는 무사비가 ‘우연한 영웅’에 불과하다며 “개혁파 지도자가 되기에 적합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한방 터지기를 기대했는데, 사태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진전되지 못하자 답답한 모양이다.

서구 언론들은 무사비가 대규모 집회와 강경투쟁에 나서지 않는 데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무사비는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거부하는 반체제 지도자가 아니다. 그가 합법적 저항을 주장하는 것도 이 체제의 파국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면 과연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특수경찰과 민병대의 초강경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사비는 조용하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지만, 대선 결과 무효화와 재선거 실시를 주장하는 일관된 행보엔 변함이 없다. 그는 합법적 집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내무부에 요청하고 있다. 지난 28일 테헤란 북부 샤리아티 부근 고바 사원에선 3000여명의 시민들이 추도식을 개최한 뒤 시위를 벌였다. 무사비가 이전 시위 도중 사망한 시민들을 위한 추도식 개최를 요구했고 내무부가 허가한 것이었다. 무사비는 또한 이날 헌법수호위원회에 대선에서 낙선한 3명의 후보와 최고위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들이 인정할 수 있는 독립적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헌법수호위는 이를 거부하고 다음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했다. 무사비는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 투쟁을 통해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미르 호세인 무사비
테헤란 남부 페르도시 광장 부근에 위치한 전통 찻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외국계 신문사에 근무하는 한 이란인은 “서구 언론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무사비를 비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체제와 반체제의 대립이 아니라 체제 내의 갈등이다. 무사비도 체제 내의 인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의 언론통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고 수위라면서 “심지어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에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시위는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조용하지만 강력한 대중운동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매일 밤 10시부터 30분간 외치는 지붕시위는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붕시위에서는 “신은 위대하다”라는 구호와 함께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를 저지하려고 주택가를 습격하고 있지만 저항은 멈추지 않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알리는 “무사비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가 구속되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그는 “제2, 제3의 무사비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는 무사비”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는 30년 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지만 기존 시위와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기존 시위는 대학생과 일부 세력이 주도했지만, 이번 시위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시대’를 열었다. 과거의 무력투쟁과는 달리 이번 시위대는 승리를 상징하는 ‘V‘자를 그리며 평화적 침묵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한순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유달승 테헤란/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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