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정부청사 겨냥…100명이상 사망
바그다드의 땅은 붉은 피로, 하늘은 검은 연기로 다시 물들었다. 주검과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요란한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일요일 아침 도시를 깨웠다. 폭탄 세례를 받은 건물은 뼈만 앙상했다.
25일 오전 9시30분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법무부 건물 밖에서, 몇 분 뒤에는 바그다드 주정부 밖에서 두 차례의 차량폭탄 공격이 이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136명이 숨졌다고 현지 관리들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부상자는 52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간이 갈수록 희생자가 늘고 있어, 이번 사건은 이라크 사상 최악의 차량폭탄 공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바로 성명을 내 “이러한 비겁한 공격이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과 해체된 (사담 후세인) 체제의 잔당들과 맞서 싸우는 이라크인들의 결심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즉각 성명을 내 이번 폭탄공격을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공격의 배후는 곧바로 알려지지 않았다.
누가, 왜 이번 공격을 감행했을까? <에이피> 통신은 폭탄공격이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법 협상을 위한 정당 대표들간 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알말리키의 재선을 막거나 총선을 연기시키기를 원하는 세력들의 소행이라는 해석들이 막연하게 나올 뿐이다.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정부 청사 주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차량폭탄 공격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불안한 치안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두 달 전에도 재무부와 외무부 청사 주변 등 10여 곳에서 발생한 동시 차량폭탄 공격으로 101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쳤다. 이 때문에 불과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이라크 치안이 빠르게 안정화하고 있다는 미국과 이라크 정부의 평가가 무색하게 됐다.
이라크 군·경은 지난 6월 말 미국과의 안보협정에 따라 주요 도시에서 지방으로 철수한 미군 대신 바그다드·모술 등 주요 도시의 치안을 독자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2011년 말까지 12만5000명의 병력을 모두 철수시킬 예정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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