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간부 암살’ 사건의 재구성
두바이 경찰 능력 얕잡아 보다 CCTV공개돼 당혹
여권 위조로 영국·아일랜드 등 이스라엘에 항의
두바이 경찰 능력 얕잡아 보다 CCTV공개돼 당혹
여권 위조로 영국·아일랜드 등 이스라엘에 항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49)를 암살한 사건은 할리우드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자칫 자연사로 넘어갈 뻔했던 이 사건은 두바이 경찰이 한달여 수사 끝에 두바이 시내 전역과 호텔에 설치된 폐쇄회로 화면을 통해 범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범죄를 재구성해내면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모사드와 이스라엘 정부는 ‘확인도 부인도 못하는’ 궁지에 몰려 있다. ■ 이스라엘 어디까지 개입했나? 1949년 창설된 모사드(히브리어로 ‘기구’)의 공식명칭은 ‘정보·특수작전기구’이다. 1951년 총리실 산하조직으로 기구가 개편됐고,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신베트나 군정보국인 아만과는 달리 총리에게 직보한다. 이번 사건에 총리 직접 개입설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초 텔아비브 시내 모사드의 본부건물(미드라샤)을 방문해 메이르 다간(64) 모사드 국장으로부터 암살작전을 브리핑받고 재가했다고 21일 보도하기도 했다. 가장 주목할만한 이는 젊은 시절 작전 중 부상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다간 국장이다. 다간은 2002년 강경파 아리엘 샤론 총리에 의해 제10대 국장으로 임명된 역대 최장수 국장이다. 그는 사무실 벽에 나치 에스에스대원의 총부리에 머리가 겨눠진 할아버지 사진을 붙여놓고 ‘유대인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초강성 인물. 다간은 취임 일성으로 “이빨 사이에 칼날을 문 것처럼 일하라”고 지시해 그의 취임 이후 비밀암살 작전이 급증했다. 2008년 다마스쿠스에서 헤즈볼라의 창립자 이마드 무그니야를 폭사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해임설도 있지만, 총리의 신임이 두텁다. ■ 모사드가 폐쇄회로를 몰랐을까? ‘신출귀몰’한 모사드가 국제첩보전의 무대가 되는 국제도시 두바이 곳곳에 설치된 광범한 폐쇄회로망을 피하지 못한 대목은 의문이다. 그들은 위조여권뿐 아니라 잦은 변장과 오스트리아 통신사를 이용한 휴대전화 교신 등으로 치밀한 작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모사드는 두바이 경찰이 끈질긴 수사 끝에 폐쇄회로에 찍힌 장면들을 모두 조합해 요원 11명의 얼굴을 공개하자 크게 당혹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과거 2004년 뉴질랜드에서 모사드 요원이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발각돼 외교마찰을 빚은 적도 있고, 상대를 오인해 살해한 적도 있다. 1997년엔 하마스 지도자 귓속에 독약을 집어넣는 데까지 성공했다가 발각돼 해독제를 제공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은 훨씬 크다. 모사드 소식통들은 이번 사건의 범인들 사진이 공개된 지난 15일 이후 중동에서 진행중이던 모든 작전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 왜 알마부를 노렸나? 암살된 알마부는 1989년 이스라엘 병사 2명의 납치·살해사건으로 모사드의 추적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지난 2008~2009년 가자전쟁에서 이란제 미사일과 자금을 대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선수단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검은구월단’ 요원 20여명을 7년에 걸쳐 추적해 유럽과 중동에서 살해한 것에서 보여지듯 모사드는 한번 노린 표적에 대해 끝까지 추적한다. 알마부를 암살한 실행조는 이번에 사용한 여권 등을 이용해 지난해에도 두바이를 여행중인 알마부를 미행했던 것으로 두바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 국제적 파장 어디까지? 모사드의 여권위조가 드러난 직후 영국과 아일랜드가 이스라엘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해명을 요구했고,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22일 위조여권과 관련한 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 또 모사드에 알마부의 두바이행에 대한 정보를 넘긴 혐의로 요르단에서 체포돼 두바이로 압송된 팔레스타인인 2명이 하마스와 적대관계인 ‘파타’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팔레스타인 내부 권력투쟁으로도 비화할 조짐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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