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일 잠정 득표결과 발표
미국 출신의 알카에다 고위지도자. ‘아잠 알아므리키’(미국인 아잠)로도 알려진 애덤 아히예 가단(31)은 지난 몇년간 미국이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됐던 인물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04년 가단에게 현상금 100만달러를 걸고 추적해왔으며,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2006년 가단을 반역죄로 기소했다. 미국에서 반역죄 기소는 1952년 이후 반세기 만이었다.
8일 파키스탄 일간 <새벽>이 파키스탄 정보당국을 인용해 그의 검거소식을 보도하고, 서방 언론들도 파키스탄 관리들과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 소식을 전하며 다시 그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떻게 유대인 집안 출신 백인이 알카에다의 간부가 됐나?
미 연방수사국에 따르면, 가단은 1978년 미국 오레곤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단의 할아버지는 비뇨기과 의사로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였으며, 할머니는 <크로니컬 크리스찬 뉴스페이퍼> 편집장을 지냈다. 아버지인 필 펄먼은 캘리포니아 주립대 재학 시절 ‘히피’ 운동에 앞장섰으며, 가단이 태어나기 전에 기독교로 개종하고 가족 성씨도 구약시대 유대인 전사 기드온을 본따 가단으로 바꿨다.
가단은 기독교 홈스쿨링 교육을 받고 자랐으나, 17살 때 이슬람 학습조직에 참여한 뒤 개종했으며, 20살 때인 1998년 파키스탄으로 건너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결혼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에 가담한 그는 알카에다 최초의 선전기구인 ‘아스 사하브’를 조직하고 웹사이트를 꾸려 영문 선전문을 작성하는 등 알카에다 핵심으로서 통역, 선전, 자문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는 알카에다 창설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검거된 인물이 진짜 그로 확인될 경우, 알카에다 수뇌부에 대한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미국과 파키스탄이 기대하는 이유다.
아직까진 7일 검거된 인물이 실제 가단인지는 불분명하다. 파키스탄 보안당국의 고위 관리는 7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우리가 거물을 체포했을 수는 있지만, 가단은 아닐 것 같다”며 “국적과 이력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검거된 자가 가단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그가 실제 미국인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가단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기 몇 시간 전 알카에다 웹사이트에는 가단이 등장하는 동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가단은 이 메시지에서,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미군 병사 13명을 숨지게 했던 니달 하산 소령을 무슬림들의 ‘역할 모델’로 치켜세우고, 무슬림들에게 미국과 서방에 대한 공격을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