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화염병 공격 등 격렬
경찰, 실탄사격 진압나서 남아공 월드컵(6월11일~7월11일)을 앞두고 남아공내 흑인빈민 등 사회적 약자층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월드컵의 치안과 성공적 개최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인근 포몰롱 흑인 빈민촌에서 주택과 일자리, 철도서비스 등 부족한 인프라 개선을 요구하는 폭동이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수백명의 시위대들은 타이어를 불태워 도로를 막고 돌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했으며 폭도로 변해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냥용 산탄총을 쏘아 사태를 진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 20일에는 음푸말랑가주의 오기에스에서 10명의 경찰이 탄 무장 차량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당시 경찰들은 올들어 벌어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실탄사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위참가자들은 “백인정권이 물러난 지 16년이 지났지만, 살만한 집과 깨끗한 식수, 전기, 교통, 일자리 등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게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20%, 많은 흑인빈민들은 도시 주변 빈민촌에서 깨끗한 식수와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월드컵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면서 우리들을 위해선 한푼도 쓰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의 요구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정부에 대한 나름의 대응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 ‘주택·일자리요구’
월드컵 앞두고 확산 조짐 지난 두달간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흑인폭동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그 수준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극렬했던 흑인 폭동과 소요를 방불케 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진압용 물대포와 고무탄 사격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연구센터의 프린스 마셀레 소장 같은 전문가들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폭동의 열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아공인종관계연구소의 프란스 크론제 부소장은 “월드컵 동안의 시위가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겠지만, 월드컵 행사 자체를 방해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아공 정부는 흑인빈민들의 이런 폭동과 함께 가입노조원 2백만명을 거느린 최대노총인 코사투가 월드컵 기간 중 예고한 총파업을 막아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코아투는 전기값이 이번에 25%, 2년안에 두번 더 인상된다면 빈민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2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남아공 정부가 남아공 국민들의 분출하는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남아공 월드컵은 폭동과 파업의 극심한 치안 불안 속에 치러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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