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등 다국적군 칸다하르 공격 위해 남부 총집결
탈레반 “물러설 곳 없다” 배수진…주민 희생 클 듯
탈레반 “물러설 곳 없다” 배수진…주민 희생 클 듯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최후의 한판’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01년 개전 이후 7일로 104개월째를 맞는 미국 최장 전쟁의 최대 고비다. 결전지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다.
미국은 내년 7월 시작되는 단계적 철군을 앞두고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 또 하나의 ‘실패한 전쟁’이 돼버린 아프간전에서 막판 ‘안정화’를 통해 수렁에서 빠져나갈 실적과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아프간 전쟁이 마지막 실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군 지휘관들은 칸다하르 작전이 성공하지 못하면 아프간 안정화 계획은 공허한 소리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의 최종 승패가 이 작전에 달렸다는 뜻이다.
다국적군은 칸다하르 공격을 위해 총동원 태세를 갖추고 있다. 칸다하르가 포함된 남부 사령부에 4월 중순 아프간 최다인 5만4500명을 배치한 데 이어, 인근 헬만드주 등의 병력을 속속 이동시키고 있다. 공격 시점은 아프간 부족장 회의 ‘평화 지르가’가 열린 직후로 꼽혀왔다. 이 회의는 4일 끝났다. 하지만 탈레반도 쉽게 물러설 수는 없다. 탈레반은 1996~2001년 탈레반 집권 당시 ‘비공식 수도’로 불린 자신들의 핵심 근거지를 내줄 이유가 없다. 칸다하르는 탈레반의 자금줄인 아편과 헤로인의 집산지다.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칸다하르 전투 목표는 탈레반 현장 지휘부의 붕괴다. 지난달 31일엔 칸다하르주 탈레반 2인자 하지 아미르가 다국적군의 ‘타깃 폭격’으로 숨졌다. 다국적군은 칸다하르 공격을 수차례 경고하는 방식으로, 탈레반 전투원들이 지레 겁먹고 달아나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또 농촌 지역 탈레반의 은신처를 소탕하고 물자 공급망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상황이 미군의 계획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칸다하르의 한 주민은 “최근 몇주 사이에 중무장한 탈레반 전투원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탈레반이 다국적군의 사전 경고 뒤 지뢰를 집중 매설하는 등 철저하게 대비하게 만들었다고 <가디언>은 최근 전했다. 칸다하르의 우거진 포도밭과 과수원은 다국적군의 열감지 카메라 등을 작동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과 주민들과의 협력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칸다하르의 한 주민은 “외국인들과 더이상 일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두려워 급여가 높은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사실 “많은 칸다하르 주민들이 탈레반을 이웃이자 친구, 주민으로 여기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최근 미군의 여론조사 결과, 칸다하르 주민의 94%가 외국군의 새로운 군사작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국적군과 탈레반의 대결로 막대한 민간인 희생도 우려되고 있다. 유엔은 피해를 우려해 이미 지난 4월27일 직원들을 수도 카불로 대피시킨 상태다. 현지 주민들은 “옛날에는 도심으로 가족들을 이동시켰지만, 이제는 그곳도 안전하지 않아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19일 미군의 중심 기지인 바그람까지 대담하게 공격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칸다하르의 안정을 위해서는 복잡한 부족간 갈등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뉴욕 타임스>는 칸다하르 공격에서 다국적군이 승리한다면 “역사적 승리가 되겠지만, 승산이 거의 없는 모험”이라고 내다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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