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추정 가방 대신 열게해
이스라엘 군사법정이 2008~2009년 가자지구 침공 때 9살 팔레스타인 소년을 인간 방패로 삼았던 자국 군인들에게 3일 유죄를 선고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이스라엘 부사관 2명은 2009년 1월 가자 외곽 텔알하와에 있는 집을 수색하다가 폭탄 설치가 의심되는 가방 2개를 발견하고 팔레스타인 소년에게 대신 열어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들의 위협에 이 소년은 가방 1개를 먼저 열었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바지에 오줌을 싸버렸다. 첫번째 가방에선 돈과 종이뭉치만 나왔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스라엘 군인들은 웃고 있었다고 소년은 증언했다. 소년이 두번째 가방을 잘 열지 못하자, 이스라엘 군인은 가방을 총으로 쏴버렸다.
이스라엘 군사법정은 구체적 처벌 내용은 추후 선고하기로 했는데, 이스라엘 군인들의 최대 형량은 징역 3년형이다.
군사법정의 판결이 내려지던 날, 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분리장벽 너머 이스라엘에서 일하기 위해 장벽을 몰래 넘다가 이스라엘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숨진 35살 노동자 잇제디네 카와즈베흐는 아이 5명의 아버지였고, 부인은 임신중이었다. 요르단강 서안에 사는 그는 이날 이른 새벽 동료들과 함께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으로 몰래 들어가기 위해 밧줄을 이용해 높이 약 4.5m 장벽을 넘었다. 이스라엘 경찰차가 다가오자 동료들은 재빨리 덤불에 몸을 숨겼지만, 카와즈베흐만이 뒤처졌고 곧이어 총소리가 들렸다고 그의 사촌 라다드는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카와즈베흐가 경찰의 총을 움켜쥐어서, 경찰이 우발적으로 총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 있던 라다드는 “경찰과 카와즈베흐 사이 거리가 10m는 됐다”고 반박했다.
많은 팔레스타인 남자들은 자치지역 내에 일거리가 없어 이스라엘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허가증을 선별적으로 발급해주는데, 허가증을 받지 못한 이들은 가족의 생계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장벽을 넘는 경우가 많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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