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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차도르 펄럭이며 실력 키우는 여성들

등록 2010-11-14 20:25수정 2010-11-15 08:34

테헤란대 금요예배에 참가하고 있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 기도 구역은 남녀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
테헤란대 금요예배에 참가하고 있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 기도 구역은 남녀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
[테헤란 리포트] 제재 맞선 이란을 가다

예배 구역·버스 칸 따로
대학진학률 남성 앞질러

“노, 노.”

지난달 말 찾은 ‘이란의 보석’으로 불리는 종교도시 콤의 파티마 성소. 익숙지 않은 차도르에 계속 발이 걸려가며 길을 잃고 한 입구로 들어서자, 놀란 표정의 남자들이 돌려세운다. 여성과 남성의 기도구역이 엄격히 구분돼 있는 곳이니, 그들의 당황도 무리가 아니다.

테헤란을 달리는 시내버스에도 남성과 여성 칸은 앞뒤로 구분돼 있다. 무슬림들에게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장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테헤란대 금요예배에서도 남성들은 설교자인 이맘 좀메를 직접 볼 수 있는 구역에 앉는 반면, 여성들은 확성기 소리만 들리는 곳에 모여 앉아 있었다. 인터뷰 뒤 습관처럼 악수를 청하면 남자들은 곤란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한 택시기사는 “이전엔 차도르를 두른 여성과 미니스커트의 여성이 함께 친구로 다녔다”고 말했지만 혁명은 이란 여성의 모습을 이렇게 바꿔놓았다.

이방인의 눈엔 ‘여성 차별’로 비치기 십상이지만, 이란엔 또다른 모습이 있었다. 제17회 국제언론전시회에선 펄럭이는 검은 차도르를 날리며 이 부스, 저 부스를 취재 다니는 여성 기자들을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선 여성 언론인 대회도 열렸다. 테헤란이 3년 전 도입한 ‘여성 택시’는 여성 운전사에 여성 승객만 탈 수 있다. 여성의 안전을 위한 제도지만 더 큰 목적은 여성 인력 고용이다. 현재 이란 정부의 내각엔 2명의 여성장관이 있다.

<파르스> 통신의 여기자 파테미 사데리는 “이란 여성들은 변화의 모멘텀에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선 지난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65%로 남성을 넘어섰다. 여성 사회진출률은 2008년 유엔 통계 기준 32.4%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프랑스에서의 히잡 금지 논란에 대해 사데리는 “우리는 다른 종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 우리의 종교에 따른 복장 때문에 취직도 막는다는 것이야말로 차별 아니냐”고 비판했다. 오히려 이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건, 무슬림 여성으로서보다 일반 여성으로서의 차별일지 모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가 인상 깊었다는 한 여성은 “여성에 대한 차별은 어느 사회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테헤란 콤/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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