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들의 주요 지도자 재임기간
카다피 “튀니지 예전이 낫다”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던 실업자 아흐메드 하솀 엘사이드(25)는 18일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다.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엘사이드는 지난 1년 동안 직업이 없었고, 그 때문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그가 죽기 전 옥상으로 올라가 칼로 손목을 긋고 몸에 불을 질렀다”며 “곧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보도했다.
튀니지의 23년 철권통치를 끝낸 ‘재스민 혁명’을 불러온 대졸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26)의 분신이 주변국들로 확산되자, 이번 혁명의 ‘도미노 효과’에 주목하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와 <가디언> 등은 ‘튀니지 사태가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것인가’를 짚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젊은 세대들이 식료품 가격 상승, 높은 실업률, 정치적 의사를 전달할 통로의 부재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이 지역의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국가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통치가 이어지고 있는 이집트다. 이집트도 튀니지와 같이 불황과 관료들의 부패라는 동병상련을 앓고 있다. 여기에 올 9월이면 5번째 임기를 마치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6선 문제가 걸려 있다. <비비시>는 그러나 “이집트는 튀니지에 견줘 문맹률이 낮고, 시민들도 당장 먹고 사는 데 급급한데다 (튀니지 혁명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터넷에 대한 관심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또다른 시민혁명이 있다면 알제리일 것”이라며 튀니지와 동쪽으로 국경을 맞댄 알제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제리에서도 분신과 지역 단위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인 정치적 요구로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요르단·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왕정 국가에서는 왕실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급격한 사회변동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남은 변수는 독재자와 그 가족의 끔찍한 탐욕과 부패를 드러내는 추가 폭로다. 이번 혁명의 또다른 기폭제는 벤알리 튀니지 대통령과 가족들의 부패를 드러낸 위키리크스 폭로 문서였다. 이같은 문서가 다시 공개된다면 이 지역 정세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
42년째 리비아를 장기 통치 중인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번 사태에 불안함을 느낀 탓인지 “튀니지는 벤알리가 다스리는 게 제일 좋다. 튀니지는 지금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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