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엘바라데이(69)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집트 정국의 ‘핵폭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집트호의 새 선장이 될 수 있을까?
직업외교관 출신인 엘바라데이는 1997년부터 12년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제적 핵무기 비확산 노력을 지휘한 인사다. 2005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서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파괴무기를 만들었다는 미국 쪽 문서는 근거가 없다고 밝혀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런 지명도는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직을 3선으로 끝낸 직후부터 무바라크에 맞설 야권 후보로 언급되게 만들었다.
27일 귀국한 엘바라데이는 28일 금요예배 시위현장에 직접 참여해 젊은이들의 결단이 이집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내세워 중심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이에 앞서 <알아라비야> 방송은 그가 국민들이 원한다면 과도정부를 이끌 의향까지 밝혔다고 보도했다.
엘바라데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세력은 지난해 야권 인사들 및 지식인들이 참여해 출범시킨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NAC)이다. 국민연합은 25일 성명을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 대선에서 6번째 연임을 포기하고 그의 아들로의 권력 이양에 반대하며, 집권당이 90% 이상을 장악한 의회를 해산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비상사태 종식과 민주개혁을 위해 100만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투표를 거부하는 운동에서 분열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외교관과 교수, 유엔 기구 간부를 지내며 외국에만 머문 엘바라데이의 엘리트 이미지는 대중과의 거리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진보센터의 브라이언 커툴리스는 “엘바라데이의 귀국이 시위 그룹들을 하나로 묶는 데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중동 현안을 관리하는 데서 무바라크 대통령과 밀월을 즐겨온 미국이 엘바라데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한계가 될 수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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