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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슬림형제단·여성·아이들…민주화 열망 분출

등록 2011-02-01 23:56수정 2011-02-02 01:30

“이번주 금요예배를 무바라크 떠나는 날로”
이집트인 25만명 이상 집결
“우리가 젊을 때는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노’라고 하고 있고 나는 그들을 지지하러 나왔다.”

46살 중년 학교 교장인 유스라 마흐무드는 1일(현지시각) 수십만명이 모인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에이피>(AP) 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버스 운전기사인 타메르 아들리는 “경찰은 툭하면 무임승차를 요구하고 나를 괴롭혔다”며 “이집트는 오직 한 사람 무바라크만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경찰은 30년째 집권중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 등으로 악명이 높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성지로 떠오른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집트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무바라크 퇴진을 외쳤다. 지난 25일 시위 시작 이래 초반엔 젊은층이 중심이었던 거리의 풍경도 다양해졌다. 히잡을 착용한 여성과 하이힐을 신은 여성, 아이들, 중년과 노년 남성 등을 가리지 않고 광장으로 모였다.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이집트 야권세력도 오랫동안 외국으로 떠돌았던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무함마드 엘바라데이와 그의 지지자, 이슬람 근본주의의 원조라는 딱지가 붙은 무슬림형제단, 제도권 야당 등 공통점이 별로 없지만 무바라크 퇴진이라는 한 목표 아래 뭉쳤다.

시위대가 31일 100만인 시위 행진을 선언하자 이집트 정부는 수도 카이로로 향하는 모든 도로와 철도의 운행을 통제하며 시위대의 카이로 진입을 최소화하려 했다.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만수라 등 주요 도시의 교통수단 역시 제한했으며, 국민들에게 폭력사태에 휘말릴 수 있다며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자경단을 꾸려 사람들이 무기를 소지했는지를 자발적으로 검사하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이집트인들은 100만인 시위 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카이로로 모여들었다. 자신을 메누피아라고 밝힌 한 남자는 버스를 3시간이나 타고서 카이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리아 중앙역에서도 밤기차를 타고서 수천명이 수도로 모여들었다.

시위대 수천명은 31일부터 통행금지를 무시하고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밤을 지새웠다. 이들은 정겹게 물과 음료를 나누며, ‘역사적 행진’을 준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광장이 축제 전야제 같았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1일 무바라크 대통령을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무바라크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무바라크 대통령 없는 새로운 이집트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금요예배가 무바라크 대통령이 떠나는 날이 될 것”이라며 “이번주 금요예배를 제2의 분노의 날로 하자”고 제안했다. 시위대들도 “무바라크는 떠나라. 게임은 끝났다”고 외쳤다. 무바라크 30년 철권통치도 이집트인들의 민주화 열망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조기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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