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포스트 무바라크’ 누구
이집트에서 자유선거와 수평적 정권교체의 길이 열리면서 아랍세계 중심국가를 이끌어갈 야권의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지지도가 가장 높은 인사는 아므르 무사(75) 아랍연맹 사무총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연맹 본부가 카이로에 있어, 그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69)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는 달리 국내파라는 이점을 지녔다. 그는 12일 <아에프페>(AFP)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의회 해산과 총선 실시를 주장하고, 대선 출마 의향에 대해서는 “못 나갈 이유가 없다”고 의욕을 보였다.
2005년 노벨평화상을 탄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시위 열기가 고조되자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청년들의 지지세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 하지만 직업외교관으로 외국에 머물러 와 현지인들과의 친밀도가 떨어진다. 지난해 야권 일부와 지식인들이 만든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이 그를 지지하지만 조직 기반이 튼튼하지는 않다.
‘4월6일 청년운동’과 ‘무슬림형제단 청년회’ 등 젊은 그룹의 연합체인 ‘혁명청년연합’이 군부와의 대화 중재자로 내세운 아메드 즈웨일(65)도 급부상하고 있다. 1999년 노벨화학상을 탄 즈웨일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과학기술 정책 자문기구에 몸담기도 했다. 그는 “난 과학자로 죽을 것”이라며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05년 대선에서 무바라크와 맞붙고 선거 뒤 투옥돼 야당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심은 아이만 누르(47)도 지도자군에 속한다.
앞으로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총선이나 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의 행보도 중요하다. 무슬림형제단은 최근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알리 압델 파타는 12일 “(차기) 정권의 성격은 선거로 결정될 것”이라며 조속한 선거 일정 제시를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와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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