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부, 권력이양 책임”
독일 “이스라엘 안전 보장”
독일 “이스라엘 안전 보장”
국제사회 ‘이집트 혁명’ 엇갈린 시각
주말 내내 전세계의 시선은 이집트에 쏠렸다. 반전에 반전처럼 보였던 이집트혁명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으로 결론나자 국제사회는 광범위한 지지를 보였다. 그러나 서구는 이집트 이슬람 세력의 팽창을 경계하고, 중동은 이집트가 친서구적 정책에서 변화하기를 기대해 대조를 이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사임 발표 직후 11일 낸 성명에서 “우리의 일생에서 역사가 이뤄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은 많지 않다. 지금이 그런 순간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군부는 국가의 관리자로서 애국적이고 책임있게 역할을 해왔으며, 이제는 이집트 국민의 눈에 권력이양은 신뢰할만한 것이라는 점을 보장해야만 한다”며 군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미래의 이집트 정부가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존중하고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서구의 기대를 직접적으로 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이집트 군부가 기존 국제조약을 존중할 것이라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새로운 권력이 이집트를 자유롭고 다원주의적인 사회로 만들 수 있는 개혁을 수행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원주의적 사회라는 말 속에는 이란 이슬람혁명 같은 결과를 경계하는 뉘앙스가 보인다.
그러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무바라크 사임 발표 몇 시간 전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혁명 32주년 기념집회에서 “(이집트 시위사태가) 새로운 중동을 이끌고 있다”며 “미국과 시오니스트가 없는 새로운 중동을 보게될 것이고, 중동에는 서구의 오만함이 머무를 여지가 없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이집트 사태는 이슬람적 각성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집트가 아랍 국가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며 “새 정부가 가자지구의 라파지역 차단을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는 이집트 접경지역에 있는 땅굴을 통해 무기 등을 들여왔고, 이집트 정부는 이를 단속해왔다. 이밖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집트 혁명을 “역사적 승리”, 요르단의 무슬림형제단은 “아랍 정권들이 이번 사건에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이집트 혁명에 대해 당국의 지침에 따라 보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무바라크가 사임한 12일 <차이나데일리>와 <베이징만보> 등 관영언론들은 <신화통신>이 제공하는 ‘모범답안’을 토대로 이집트가 조속히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무바라크의 퇴진 소식을 짤막하게 전하면서 “이집트의 최근 정세 발전이 국가안정과 정상질서의 조속한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내용을 보도했다.조기원 기자, 베이징 박민희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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