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와라 등 주변지역 도시 속속 ‘접수’
“카다피가 장악한 지역 얼마 안남아”
트리폴리서도 반정부시위 다시 번져
“카다피가 장악한 지역 얼마 안남아”
트리폴리서도 반정부시위 다시 번져
42년 독재의 종식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 반정부 시위대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동서 양쪽에서 압박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69) 국가지도자의 설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불과 수십㎞ 안에 있는 도시까지 시위대가 접수해, 카다피 쪽 무장세력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카다피의 ‘최후의 보루’인 트리폴리에서도 수일 만에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 이어 제3의 도시인 미수라타마저 시위대에 넘어간 상황에서 트리폴리 서쪽으로 튀니지와 인접한 주와라와 자위야도 시위대에 접수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트리폴리가 시위대의 동서 협공에 갇힌 모양새다. <에이피>(AP) 통신은 24일 “카다피가 인구가 거의 없는 남부 사막과 수도 주변 몇몇 마을만을 통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카다피의 통제지역은 트리폴리 이외에 쿰스, 사브하 등 소수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무장한 반카다피 민병대가 트리폴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순찰을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 쪽의 반격도 이어졌다. 24일 카다피의 협력자인 나지 시프샤가 이끄는 부대가 트리폴리에서 48㎞ 떨어진 자위야 순교자 광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들은 대공화기로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날 공격으로 많게는 100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트리폴리 턱밑에 위치한 자위야에는 리비아 최대 정유공장이 있다. 친카다피 무장세력은 또 수도에서 200㎞ 떨어진 미수라타 공항을 습격해 경계를 서던 시민 수십명이 다쳤다.
리비아 땅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던 카다피는 ‘성문’을 더욱 단단히 잠갔다. 카다피는 혁명수비대와 최소 3000명 이상의 이슬람 범아프리카여단 등으로 꾸려진 용병들을 수도 외곽에 배치했다. <뉴욕 타임스>는 “카다피가 수도 방어를 꾀할 목적으로 그의 민병대와 용병들을 집결시켰다”고 전했다. 카다피 둘째아들 사이프 알이슬람(38)은 24일 시엔엔(CNN) 터키어방송인 <시엔엔 튀르크>와 한 인터뷰에서 “플랜 에이(A), 비(B), 시(C) 모두 리비아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트리폴리 시내 카다피 관저로 향하는 도로와 국영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사 건물 등엔 수십명의 무장병력이 경계를 섰다. 외신들은 트리폴리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에 탱크들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초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공포에 짓눌려 있던 트리폴리 곳곳에서 다시 ‘저항’이 시작됐다. 25일 정오 금요 예배가 끝난 뒤 트리폴리 동쪽 수그 알조마, 벤 아슈르, 파슐룸과 서쪽 잔주르 지역 등에서 수천명 이상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는 한 시민의 말을 전했다. 기관총까지 동원한 시위 진압으로 잔주르에서는 최소 5명이, 파슐룸에서는 2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트리폴리에 들어간 이탈리아 기자들은 <가디언>에 “여전히 카다피에게 충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트리폴리도 이미 분열됐다”고 전했다. 트위터 등에선 자위야, 미수라타, 진탄 등지에서 온 증강 병력이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트리폴리 외곽에 도착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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