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튀니지 국경, 이집트인 2만명 고립
몰타 “이미 8900명 받아…유럽국 분담 필요”
트리폴리 공항엔 각국 항공기로 ‘인산인해’
몰타 “이미 8900명 받아…유럽국 분담 필요”
트리폴리 공항엔 각국 항공기로 ‘인산인해’
국경지대 혼란 최고조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최악의 유혈 참극을 빚으면서 리비아를 탈출하는 대규모 난민 문제가 또하나의 ‘인도주의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5일 리비아 시위 발생 이후 보름새 최소 10만명이 리비아를 빠져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자국에서 보낸 수송수단을 이용해 나온 이들은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조차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리비아인들도 상당수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은 27일(현지시각) “각국 정부가 (리비아 탈출민들의) 인도주의적 비상사태에 신속하고 관대하게 대처해주기를 요청한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대응을 호소했다.
‘리비아 엑소더스’는 하늘, 땅,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리비아와 접경국인 튀니지와 이집트의 국경은 육로로 리비아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몰려들어 거대한 난민촌을 방불케 한다. 특히 리비아-튀니지 국경 통과소엔 리비아 쪽 관리들이 자취를 감춰버려, 난민 2만여명이 오도가도 못한 채 발이 묶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대부분 이집트 노동자들인 이들은 잠잘 곳은 물론 먹을 것도 거의 없는 상태다.
튀니지도 재스민 혁명 이후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튀니지 구호단체 적신월사의 몬지 슬림 대표는 “이건 인도주의적 위기다. 우리도 난민들을 수용할 여력이 바닥났다. 전 세계가 이집트 난민들의 귀국을 돕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 불과 350㎞ 떨어진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는 난민들을 태우고 밀려드는 비행기와 선박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렌스 곤지 몰타 총리는 27일 “지금까지 89개국 8000여명의 리비아 탈출자들을 수용했지만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다른 유럽 국가들의 도움과 분담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몰타에는 27일에도 자국과 포르투갈의 리비아 주재 대사를 포함한 300여명을 태운 선박 2척과, 브라질의 한 에너지회사가 임대한 수송선이 아시아 각국의 이주노동자 1800여명을 태우고 입항했다. 그리스에도 이날 이주노동자 4600명을 태운 선박을 비롯해 난민 수송선 3척이 리비아로부터 도착했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공항은 자국민들을 철수시키려는 각국 항공기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영국은 트리폴리 공항에 비행기 착륙 허가를 얻기 위해 리비아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온라인판은 26일 “영국 당국이 자국민 철수 비행기가 트리폴리 공항을 착륙하는 대가로 리비아 고위관리들에게 1대당 최소 1만1000파운드(약 2000만원)를 건넸으며, 지금까지 지불된 금액이 이미 7만 파운드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공항 밖엔 자국이 항공기를 보내지 않았거나, 좌석이 없어 무작정 며칠째 기다리는 빈국들의 노동자들 행렬도 이어진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공항은 자국민들을 철수시키려는 각국 항공기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영국은 트리폴리 공항에 비행기 착륙 허가를 얻기 위해 리비아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온라인판은 26일 “영국 당국이 자국민 철수 비행기가 트리폴리 공항을 착륙하는 대가로 리비아 고위관리들에게 1대당 최소 1만1000파운드(약 2000만원)를 건넸으며, 지금까지 지불된 금액이 이미 7만 파운드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공항 밖엔 자국이 항공기를 보내지 않았거나, 좌석이 없어 무작정 며칠째 기다리는 빈국들의 노동자들 행렬도 이어진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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