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 폭격 위해 지상군 투입설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이은 다국적군의 리비아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이 무아마르 카다피를 따르는 정부군을 무력화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답하는 전문가를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19일(현지시각) “서구 지도자들조차 공습이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이 지상군 없이 공군력에만 의존한 다국적군의 작전엔 피아 식별의 어려움, 민간인 희생 가능성, 천문학적인 전비 소요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작전에 참가했던 존 니콜 전 영국 공군 중위는 이날 <가디언> 기고에서 이번 작전은 ‘독특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니아군에 의해 격추됐다가 겨우 목숨을 건진 그는 “피아를 구분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주요 도시를 뺏고 뺏기는 시가전 성격으로 전개된 리비아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상황에서 다국적군의 전투기들은 어떤 탱크와 트럭이 ‘아군’의 것인지 식별하기 쉽지 않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카다피가 이러한 점을 적극 노리고 반군에 가깝게 자신의 부대를 전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전선의 구분이 흐릿하면서 민간인 피해도 커질 수 있다. 2009~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공중폭격에 희생된 아프간 민간인만 671명에 이른다. 리비아에서도 인도적 명분을 내세우면서 개입한 전쟁에서 또다른 인도적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알자지라>도 카다피가 지지자들로 ‘인간 방패’를 쌓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실수’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재정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구 여러 나라들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의 엄청난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도 난관이다. 미국의 전략예산평가센터는 리비아에서 수행하는 미군의 전쟁 비용이 한 주에 3000만~3억달러(약 338억~3380억원)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3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미국뿐 아니라 재정적자 해소책으로 군비 삭감 요구가 거센 영국에서도 장기전과 그에 따른 군비 지출 증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알자지라>는 “공군력만으론 카다피 쪽으로 쏠린 균형추를 바꾸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지상군 투입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은 폭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지상에 특수군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결의안 1973호는 “리비아 영토에 대한 어떤 외국군의 점령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런저런 한계 때문에 존 니콜은 이번 작전이 “몇달 가거나, 심지어 몇년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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